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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섬진강 재첩이 아니면 500배를 변상하겠다는 하동 한다사 재첩

 

 

 

 

섬진강 재첩이 아니면 500배를 변상하겠다는 하동 한다사 재첩

 

“중국산? 내가 싫어요. 먹어본 적도 없소.”

 

큰 통에 그득 담긴 재첩을 보며 여행자가 중국산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주인 이삼임(68) 씨가 부드럽게 그렇지만 단호하게 돌아온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첩을 파는 이 가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문구가 하나 있다.

 

‘우리 업소에는 섬진강 재첩만 취급합니다. 만약 섬진강 재첩이 아니면 구입가격의 500배를 변제해 드립니다.’

 

 

이 정도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가게라면 중국산 재첩은 말할 것도 없고 섬진강 재첩만을 취급한다는 주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데도 한번 의심을 가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재차 확인하려다 주인의 단호한 말에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쭈빗거렸던 것이다.

 

 

이 가게는 <한다사 섬진강 재첩>이다. 시장에서 열에게 물어보면 열 모두 추천하는 곳이 이 집이다. 하동역에 내려 터미널에서 평사리 가는 버스시간을 알아보고 읍내시장으로 가기 위해 축협 골목에 들어서자 걸음을 멈췄다. 딱히 주위를 기울이지 않아도 길가에 재첩이 가득 담긴 커다란 통이 어지러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다사 섬진강 재첩>을 운영하는 이삼임(68) 할머니는 하동 화개에서 살다 30년째 하동에서 살고 있다. 종업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수더분하여 누군가 여쭈었더니 모두 아들이고 딸이고 사위란다.

 

 

식당 안에선 재첩을 포장하는 일로 바빴다. 한 명이 삶은 재첩을 큰 통에 내어오면 딸은 재첩과 국물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조심스럽게 봉지에 담고, 사내는 기계로 봉지를 밀봉한다. 매일 저녁 10시부터 재첩을 삶기 시작하여 다음날 판단다. 가격은 1봉지에 4000원(2인분), 작은 통 1되는 15000원, 큰 통 2되는 30000원이다.

 

 

옆에 서 있으니 재첩을 한 대접 그득 담아 맛보라고 한다. 괜찮다고 사양을 해도 인정이 넘친다. 나중에 밖으로 나왔더니 이번에 이삼임 할머니가 다시 재첩을 한 사발 떠주며 먹으라고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거리낌 없이 맛보게 했다. 섬진강 재첩이라는 확신은 단호했지만 인정은 넘치고 넘쳤다.

 

 

“지금도 하정마을에 가면 재첩이 배에 가득해요. 다리(섬진교) 위에서 나는 재첩만 사서 그걸로 끓여. 제일 맛나지. 읍내에 있는 군청, 경찰서에서 선물용으로 사가는 것은 죄다 우리 가게 거요. 중국산 그거 작살도 못 써요. 재첩은 보통 30kg이 1가마인데 8만 원에서 12만 원 정도 한다 말이요. 건데 중국산은 1가마에 2만 원 정도밖에 안해요. 국내산 10가마면 중국산 30가마 넘게 나오요. 돈 보고, 욕심 내고 하면 섬진강 재첩 고집하겠소. 돈은 안 되는데 마음은 편해. 밥은 먹고 사니께. 중국산 먹어 보지 않았어. 먹고 싶지도 않고 먹어봐야 맛을 알제. 내가 맛이 없어. 중국산 일 없어.”

 

 

할머니의 얘기대로라면 재첩은 주로 5~6월이나 10~11월에 잡는데 이 때가 가장 맛도 좋다고 한다. 이 기간을 벗어나면 대개 알도 작고 맛도 쓰다고 한다, 재첩도 모래 속에 들어가 버리고....

 

 

중국산과 국산 특히 섬진강 재첩과는 껍질과 막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삶으면 구분하기가 거의 어렵고 일반사람들이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섬진강 재첩은 모래에서 자라 씹을 때 지금거림이 있단다.

 

 

이 집이 하동 재첩만을 고집하는 것은 가게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한다사’는 하동의 옛 이름이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하동군은 본시 한다사군인데 경덕왕이 하동으로 개명했고... 악양현은 소다사현인데 경덕왕이 악양으로 개명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현재 하동군의 악양면에 한다사(韓多沙)라는 지명이 있다. 또 섬진강의 하구를 다사진((多沙津)이라고 한다. 넓디넓은 섬진강 백사장이 있었으니 이런 지명이 나온 건 당연한 거다.

 

 

☞ <한다사 재첩>은 경남 하동군 하동읍 읍내리에 있다. 전국 어디라도 주문 배달이 가능하다. 055-884-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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