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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타임슬립

흔하디흔한 풍경, 이곳만은 특별해! 북천코스모스축제

 

 

 

흔하디흔한 풍경, 이곳만은 특별해!

기차로 보는 풍경, 코스모스 지천인 북천역

 

지난 10월 1일 북천역에 갔다. 추석 연휴라서 그런지 한산하였던 기차역은 붐볐다. 대개 빈자리가 몇 군데 보였던 평소와는 달리 기차는 승객들로 만원이었다. 기차여행의 호젓한 맛은 없었지만 북적대는 사람들로 기차 안은 오랜만에 활기찼다.


 

 

기차 안에서 갑자기 탄성이 나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을 내다보니 건너편 도로가 멈춰 있었다. 북천 코스모스 축제로 가는 도로가 차량 정체로 꼼짝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나' 하며 걱정을 하는 듯한 승객의 말에는 '다행이다'라는 안도가 담겨져 있었다. 기차를 타고 오니 차량정체 같은 것은 염두에 둘 필요도 없이 곧바로 북천역에 내려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에 푹 빠져들면 그만이다.

 

 

가을을 달리던 기차가 북천역으로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철로 옆으로 무더기로 피어난 코스모스가 제일 먼저 맞이한다. 쇳소리를 내며 기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코스모스 철길에 기차가 들어서는 이색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북천역은 1968년 진주 순천 간의 경전선이 개통되면서 영업을 시작하였다. 비록 역장과 역무원이 근무하는 기차역이지만 평소에는 찾는 이가 많지 않은 한산한 역이었다. 2007년 역과 그 주변에 코스모스와 메밀을 심으면서 관광객 수가 급증하여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금은 코스모스역이란 이름을 내결과 역사와 주변 지역을 코스모스로 꾸미고 있다.

 

 

코스모스로 치장한 역사를 빠져나와 철로를 따라 행사장으로 갔다. 하늘은 높았고 햇살은 따가웠다. 안내책자를 차양삼아 땡볕을 걸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드넓게 펼쳐진 들판을 가득 메운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분홍빛 흰빛의 꽃무더기로 들어갔다.

 

 

꽃 단지를 가로지르는 개울에도 가을이 담겼다. 짙푸른 하늘빛 아래 분홍빛 흰빛의 코스모스 길을 양산을 쓴 여인 하나가 걷고 있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 그림을 거꾸로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강렬한 색채가 나왔다.

 

 

물빛이 만들어낸 이 강렬한 색채에 끌려 한참을 우두커니 있었다.

 

 

39만 6000㎡에 달하는 코스모스 꽃 단지 들판은 끝없이 펼쳐졌다. 경전선 복선화 공사구간이 인접해 있어 다소 어수선했지만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그마저도 쉽게 잊힌다.

 

 

근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왜 코스모스는 분홍색 아니면 흰색일까. 여기에는 슬픈 이야기 하나가 전해진다.

 

‘옛날 어느 언덕에 꽃보다 더 어여쁘고 고운 소녀가 병약한 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소녀가 살고 있는 언덕 너머에는 '요시미'라는 젊은 나무꾼의 움막이 있었는데 둘은 때때로 언덕에서 만나 사랑을 속삭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한편 소녀의 집이 있는 언덕 밑 번화한 곳에 '가스톤'이라는 건장하고 교만한 사냥꾼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어떤 여자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소녀의 아버지가 죽자 그는 소녀에게 결혼을 강요했고 소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없다며 자신의 정절을 지키기 위래 일순간에 분홍색 꽃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소녀를 몹시 사랑했던 나무꾼 요시미도 소녀를 따라 흰 꽃으로 변해 버렸다. 두 사람이 변해 피어난 꽃이 바로 코스모스라는 이야기다.’

 

 

코스모스(Cosmos)라는 속명은 그리스어로 질서, 조화의 뜻을 가진 Kosmo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8개의 꽃잎이 질서 있게 자리 잡고 있는 데서 왔다고 한다. 이 꽃에 '코스모스'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1700년경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식물원장 '카나미레스'라고 한다.

 

 

코스모스의 원종은 지금도 멕시코 높은 지대에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코스모스가 고산식물이라는 것은 일부러 하늘거리게 꽃을 만들었다는 신과 가까워지려는 것이 아닐까? 하늘에 산들거리는 코스모스의 청초한 모습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희귀박넝쿨터널’이다. 올해는 세 차례의 태풍으로 이곳도 피해를 입어 관광객들의 양해를 구하는 입간판이 입구에 있었다. 그래서 작년과는 달리 입장료가 없었다. 조롱박터널의 희귀 박들은 어르신들이 직접 달아 놓은 것이라니 그 정성을 오롯이 느끼며 걸어볼 일이다.

 

 

이곳 축제장에는 코스모스 외에도 다양한 꽃들이 있다. 메밀꽃과 각종 야생화 등인데, 워낙 코스모스 꽃 단지가 넓다보니 지나치기 십상이다.

 

 

꽃 단지 중앙에는 행사장이 있다. 여느 축제처럼 ‘뽕짝’이 귀를 따갑게 하지만 이 또한 축제의 한 단면이려니 여기면 그다지 소란스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행사장에는 코스모스 탁본, 코스모스 압화, 조롱박 공예품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3시 35분에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병주문학관으로 갔다. 이병주문학관 이야기는 다음에....

 

 

북천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산 너머로 떨어지고 있었다. 4일과 9일에 열리는 역 앞 북천시장은 텅 비어 있었다. 역사로 들어서 가을과 코스모스 등을 주제로 한 시와 사진을 잠시 감상하고 철길로 나섰다. 어스름 빛이 내린 철길에 가득 피어난 코스모스는 가을 하늘과 만나 더욱 짙어졌다.

 

 

 

어른 키만큼 훌쩍 자란 코스모스 꽃 숲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푹 파묻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나 젊은 연인들은 꽃에 파묻혀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꽃향기에 흠뻑 취한 그들의 모습이 알록달록 어여쁘기만 하다.

 

 

 

 

 

 

 

 

 

 

올해로 여섯 번째인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는 10월 7일까지 열린다.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이명마을 꽃 단지 일원에서 펼쳐진다. 문의는 ☏ 055-880-6331, 2411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