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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기행

한국의 몽마르트 꿈꾸는 골목길 예술가들

 

 

 

한국의 몽마르트 꿈꾸는 골목길 예술가들

-옛 도심을 살리는 창동예술촌의 예술가들

 

영화나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가 몽마르트언덕이다. 자유분방함을 즐기는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는 곳 중의 하나가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언덕일 것이다.

 

▲ 김영철(꿀단지 고서방) 예술상업인은 고서책방의 주인이다. 한 수레의 문화와 책이 만나는 그의 책방에선 오래된 책과 LP판 등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다.

 

꼬불꼬불한 골목길과 그 끝의 계단을 오르면 파리 언덕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그곳... 예전의 보헤미안적인 느낌을 잃고 상업적인 면만 남았다는 악평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예술작품의 본거지로서 그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화가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 시인 차라, 작곡가 비제 등이 살았던 집과 사크레 쾨르 성당, 스탕달․드가․졸라 등의 묘지가 있는 몽마르트는 오늘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김영철(꿀단지 고서방)

 

초장부터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에 있는 파리의 한 언덕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굳이 몽마르트를 꺼낸 이유는 우리나라에도 잘만 하면 이에 못지않은 명소가 생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그래, 이왕이면 꿈을 크게 갖자. 창원이나 경남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아닌 전국적인 명소, 그것을 넘어 세계적인 명소까지 염두에 두자. 그러려면 계획부터 차근히, 길고 먼 안목을 가지고 설계를 하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몽마르트가 상업성으로 외면 받았던 것을 거울삼아 진정 꿈과 예술과 낭만이 넘치는 골목길로 창동을 가꾸어 나간다면 나중에는 ‘몽마르트’에 비교되는 것조차 싱거울 수 있다.

 

▲ 중년시절의 문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최승희에게 사사한 무용가 김해랑, 시인 이선관, 화가 최영림, 작가 구상, 카프의 소설가 임화, 시인 천상병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이들이 이곳에서 태어났거나 이곳을 거쳐 갔다. 문화적 자양분이 충분하다.

 

▲ 남치성(창동 세라믹 아카데미 토인 아트) 도예가는 외출 중이었다. 나중에 창동의 거리에서 도자 시범을 보이고 있던 그를 만났다. 함안에 작업장이 따로 있는 그는 이곳에서 생활도자를 만들고 체험할 수 있고 인테리어 소품 등을 제작하고 있다.

 

게다가 미로 같은 골목길이 주는 정감과 현재 이 골목에서 예술가들이 꿈과 소망을 가지고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앞으로 조성될 오동동 문화광장과 불종거리에서부터 해안수변공원까지 차 없는 거리가 만들어진다면 더욱 기대된다.

 

▲ 남치성(창동 세라믹 아카데미 토인 아트)

 

다만 3.15의거와 부마항쟁에 대한 부분이 미흡하다. 근현대 마산이 가지고 있는 정신의 뿌리는 당연히 3.15의거와 부마항쟁이다. 이 부분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특히나 발원지인 오동동과 창동 일대에 조형물을 세우는 것에 머물지 말고 민주주의의 표상으로서의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물론 마산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말이다. 아울러 마산어시장과 부림시장, 몽고정, 원동무역, 조창지 등을 엮는 골목길 이야기도 매력이 있다. 이 아기자기한 골목이 역사와 문화, 예술로 넘치는 곳이 된다면...

 

▲ 남치성(창동 세라믹 아카데미 토인 아트)

 

지난 21일 창동예술촌에 입주한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찾았다. 이곳에는 모두 50여 개의 입촌 작가들 작업실이 있는데, 이날 회화․도예․공예․조각․잡탕 등 분야별로 5개조로 나누어 탐방을 실시했다. 여행자는 평소 관심 있었던 도예 분야의 예술가들을 찾았다.

 

 

▲ 창동예술촌의 어느 주점인데 전통 오방색의 아(亞)자 문살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 조정우(창동 아트삽 by 조정우) 조각가는 가장 사진발을 잘 받는 예술가다. 그의 공방에는 그가 작품을 구상할 때 그린 스케치와 나무파편들이 어지럽다. 그의 항아리에선 깊은 울림의 소리가 난다. 스톤아트 상품을 전시하고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두었다.

 

▲ 조정우(창동 아트삽 by 조정우)

 

▲ 조정우(창동 아트삽 by 조정우)

 

                            ▲ 조정우(창동 아트삽 by 조정우). 이 조각한 항아리엔 소리가 난다. 무슨 소리가 날까?

 

 

▲ 김은진(보리도예공방) 도예가는 보리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만든 컵을 유심히 보면 마주앉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맞은편에 앉은 이가 컵의 보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곳에선 도자기 체험과 전시, 제작판매를 하고 있다.

 

▲ 김은진(보리도예공방). 마주앉은 이에게 보리작품이 보이도록 그린 만든 컵

 

▲ 이 사진 유독 여행자의 눈길을 끌었다. 마산에도 이런 아름다운 해변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 거리의 안내지도

 

박영경(개미이야기 갤러리 하모하모) 예술가는 흙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그의 손은 다부지다. 문신 작가의 개미 작품 체험 및 토우 작품을 창작전시 체험할 수 있다.

 

박영경(개미이야기 갤러리 하모하모)

 

▲ 박경식(미래공방) 명장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일일이 수작업을 한다. 작업에 투박하지만 칼맛이 배이고 그의 영혼이 담기기 때문이다. 서각으로 사용되는 재료는 다양하다. 충북 옥천에서 가져왔다는 박달나무에서 느티나무, 색이 좋은 가죽나무, 주목나무, 벼락 맞은 대추나무. 서각에서 최고의 재료로 꼽는 돌배나무까지 다양하다. 그의 손바닥엔 온통 굳은살이다.

 

▲ 박경식(미래공방)

 

▲ 박경식(미래공방)

 

 

창동예술촌은 마산예술흔적 골목, 에꼴 드 창동 골목, 문신예술흔적 골목으로 되어 있다. 모두 50여 개의 점포에서 예술가들이 그들의 혼을 불태우고 있다. 이곳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 ‘에꼴’, ‘뒤페’, ‘드 세느’ 등의 프랑스어다. 조각가 문신이 파리에서 추상조각의 거장으로 활동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곳에 입주한 예술가들이 프랑스 유학파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설프다.

 

 

보는 시각에 따라 고급스런 느낌이 든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언어의 유희일 뿐이다. 여행자는 적절한 외래어의 사용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에선 글쎄올시다. 프랑스 유학파든 프랑스풍이든 이곳에선 한국의 문화이고 한국의 문화가 된다. 자기 문화와 언어에 대해 병적이리만치 애착심이 강한 프랑스인이나 빠리지엥(빠리지엔느)이 이것을 보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언어가 문화의 한 단면이라는 것... 적어도 불문학을 전공한 여행자가 보기에는 그렇다.

 

 

창동예술촌...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반인들이 불쑥 예술가들의 점포를 찾기에는 문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창원시 김용운 도시재생과장은 체험비가 다소 높다는 지적에 2013년부터 창원시에서 체험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창동을 찾는 이들에게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창동 문화해설사' 양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