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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타임슬립

기차타고 본 초가을 남도의 간이역 풍경

 

 

 

기차타고 본 초가을 남도의 간이역 풍경

 

이번에는 보성녹차밭을 다녀왔습니다. 순천을 지난 기차는 (수덕), (원창), (구룡), 벌교, 조성, 예당, 득량을 거쳐 보성역에 멈췄습니다. 수덕, 원창, 구룡은 모두 기차가 서지 않는 역이 되어 버린 지금, 순천을 지난 기차는 벌교에서 처음 쉬었습니다.

 

순천을 떠난 기차는 처음 벌교에 선다

 

벌교. 조정래의 <태백산맥>으로 꽤 알려진 곳입니다. 최근에는 <1박2일>로 꼬막과 갯벌이 유명세를 탔지요. 물론 이들 책과 방송의 소개가 아니더라도 벌교는 원래 그 질기고 생명력 있는 남도의 고장으로 유명했습니다. 경전선 기차가 지나는 벌교 철교는 소설 속 염상구가 벌교의 주먹세계를 평정하기 위해 쌍칼과 오래 버티기 시합을 했던 곳입니다. 차창 밖으로 홍교인 횡갯다리와 소화다리가 보일 듯 말 듯 스쳐갑니다.

 

조성역

 

벌교에서 멈춘 기차는 다시 조성역을 향해 달립니다. 기차는 늘 그렇듯 제시간을 지킵니다. 곡선이 많기로 유명한 경전선은 느릿느릿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결 같이 시간이 되면 역으로 들어옵니다. 느리기는 하지만 정직한 것이 바로 경전선 기차입니다.

 

서서히 황금빛을 띠고 있는 남도의 들판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남도의 들판은 벼가 잘 여물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말입니다. 두 번의 태풍으로 벼가 쭉정이만 남은 백수 피해가 크다 하니 걱정입니다.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황금벌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예당역

 

남도의 기차역은 한산합니다. 비슷비슷한 외양의 역사에 인적도 드물어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역 이름을 잘못 기억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예당역은 조성역과 득량역 사이에 있습니다. 역 이름이 참 예쁘고 품위 있습니다.

 

예당역

 

득량면에는 예당역과 득량역 두 곳이 있습니다. 작은 시골 면에 두 곳의 기차역이 있다는 건 드문 일입니다. 지금이야 한갓진 간이역의 신세지만 예전에는 사람들로 붐볐을 것입니다.

 

득량역

 

득량역은 봄이면 벚꽃이 장관입니다. 오래된 고목으로 남아 있는 철길 옆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면 그 아름다움에 절로 무너져 내립니다. 초록으로 다홍으로 무너져 내립니다.

 

봄날 벚꽃이 만발한 득량역

 

보성역

 

드디어 이번 기차여행의 목적지 보성역에 도착했습니다. 군 단위의 기차역답게 역사가 제법 위용이 있습니다.

 

보성역 역사

 

이곳에서 여행자는 시내버스를 타고 그 유명한 보성녹차밭으로 갈 생각입니다. 자주 갔던 곳이지만 기차로, 버스로 가는 녹차밭 여행은 분명 또 다른 풍경을 안겨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율포 바닷가에서 시도 한 수 읊을 요량입니다.

 

보성역 철로를 가로지르는 육교

 

보성역을 지나면 광곡역입니다. 다음에는 보성역에서 경전선의 종착역인 광주송정역까지 내쳐 달려볼 생각입니다. 일단 머릿속에 경전선 철로를 완성하고 각 역들을 하나하나 돌아볼 계획입니다.

 

벌교 방죽과 포구. 경전선 철교를 지나면 소설 <태백산맥>의 염상구가 절로 떠오른다.

 

보성역에 가면 스탬프를 찍으시길 바랍니다. 전국 기차역에는 그 지역의 특징을 살린 스탬프를 역사에 구비해 두고 있습니다. 도장을 찍으면 여행지의 추억이 오래 간직되겠지요. 보성역은 역시 차의 고장답게 차 끓이는 다구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보성역 스탬프 도장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