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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소바로 유명한 경남 의령 맛집 세 곳 비교체험기

 

소바로 유명한 경남 의령 소바집 세 곳 비교체험기

- 소바로 유명한 다시식당, 제일소바, 의령소바 과연 맛의 차이는 뭘까?

 

경남 의령을 대표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소바를 첫머리에 들 수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 종로식당의 소고기국밥과 망개떡도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지요. 지난 7월과 8월 의령소바를 먹기 위해 3주에 걸쳐 의령을 찾았습니다. 처음엔 의령에 가는 김에 소바를 먹었는데, 나중에는 유명하다는 집이 세 집이나 되어서 모두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주말마다 들러 맛보았습니다. 소바로 유명한 다시식당, 제일소바, 의령소바 과연 맛의 차이는 뭘까요?

 

 

처음 간 곳은 다시식당입니다. 의령소바의 원조 격인 식당입니다. 아, 먼저 소바가 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바는 메밀가루로 만든 일본의 면 요리를 말합니다. 일종의 메밀국수인 셈이지요. 이곳 의령에는 장국물에 적셔 먹는 일본식 소바와는 달리 따뜻한 국물에 말아 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갔던 사람들이 해방이 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전파한 음식으로 일본식 소바가 한국식으로 변화를 한 것이지요. 다시식당은 창원에서 처음 장사를 했다가 이곳으로 옮겨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식당 메뉴는 온소바, 비빔소바, 냉소바 세 가지 입니다. 우리는 그중 온소바와 냉소바를 시켰습니다. 사실 의령소바는 몇 번 먹어본 터라 비빔도, 냉도 아닌 온소바가 가장 맛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맛을 비교해 보기 위해 냉소바까지 시켰습니다.

 

온소바

 

따뜻한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낸 온소바는 맛이 특이합니다. 처음엔 후추 같은 강한 맛이 나다 점점 진한 육수맛이 이어 납니다. 멸치 육수에 고명으로 얹혀 나오는 소고기 장조림 간장맛이 섞여 있습니다. 결대로 찢은 소고기 맛이 쫄깃하니 고소합니다.

 

 

면발은 부드럽고 씹히는 맛도 좋습니다. 메밀이 100%라면 하얀색이겠지만 껍질 채 갈았는지 갈색을 띱니다. 고명으로는 소고기, 시금치, 숙주 등 야채가 많아 상큼하니 좋습니다. 사실 메밀은 맛이 무맛에 가깝지요. 그래서 다양한 야채와 함께 먹어야 아삭아삭 씹는 맛이 한결 좋습니다.

 

냉소바

 

냉소바는 뭐라 할까요. 음~ 나름 괜찮은데 냉면을 먹어본 이는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멸치육수인 온소바와는 달리 사골 등의 재료를 내어 육수를 우려낸다고 하더군요. 20년 넘게 다시식당을 다녔다고 단골임을 자처하는 옆자리에 앉은 손님은 이곳에 오면 늘 온소바만 먹는다고 하더군요. 이 식당뿐만 아니라 소바는 역시 온소바가 나은 듯합니다.

 

 

식당 내부도 나름 깔끔했습니다. 다만, 공간이 좁은 데다 손님이 많다 보니 다소 어수선한 게 흠이라면 흠이었습니다. 음식 나오는 순서가 간혹 바뀌고 테이블을 즉각 정리하지 않는 등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체계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소바의 맛은 나름 좋았습니다. 기대 이상은 아니었으나 기대만큼은 된 듯합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이 다시식당 바로 옆에 있는 의령소바입니다. 이 식당은 후발주자인데 전국에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식당입니다. 그래서인지 얼핏 보아도 흔히 보는 도시의 식당처럼 겉모습이 깔끔합니다. 의령 읍내에 있는 식당의 외관치고는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의령소바는 고객쉼터까지 있습니다. 손님이 워낙 많아 대기실에서 번호표를 받아 기다려야 할 정도입니다. 이곳을 두 번 찾았는데 오후 두 시가 넘은 시각인데도 소바를 먹으러 온 손님들로 붐볐습니다. 이곳의 어떤 점이 손님을 끌까요?

 

 

일단 깔끔한 외관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메뉴, 도시 상점에서 볼 수 있는 친절함입니다. 건데 그 친절함이란 게 상대적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너무 정형화된 친절에 익숙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고 혹여 실수로 순번이 바뀌거나 미소 짓지 않으면 불친절한 것으로 보는데 이런 시골에서조차 형식화된 친절은 오히려 낯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손님 위주의 현대화된 서비스가, 투박하지만 인정이 넘쳤던 옛 시장의 추억을 가로막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행자로선 이런 시골까지 와서 도시의 판에 박힌 서비스를 받는다는 게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이 집의 장점은 다양한 메뉴입니다. 그러다보니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나 짜장면 등의 메뉴가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러한 메뉴는 메밀찐만두와 메밀만두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국수만 먹을 수 있는 다른 식당과는 달리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좋아할 만한 곳입니다.

 

 

그럼, 그 맛은 어떨까요? 다시식당이나 제일소바와 얼핏 비슷하지만 맛 또한 요즈음 도시인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춘 듯합니다. 가공의 맛이 난다는 게 흠이라면 흠일 테고 먹기에 좋다면 장점이 되겠지요. 그릇은 놋그릇을 사용해 음식 맛을 한층 돋웁니다. 다시식당의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을 쓰는 제일소바와는 분명 차별성이 있어 보입니다.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1인용 식탁도 배려가 돋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제일소바입니다. 초라한 식당 건물과는 달리 주차장이 넓은 것으로 보아 많은 손님들이 찾는 곳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를 찾은 시각은 오후 두 시를 넘긴 때였습니다. 점심때가 지난 시간이어서 그런지 식당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합니다.

 

 

식당 안에 들어섰는데 내리쬐는 폭염 때문인지 아니면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인지 약간 불쾌한 냄새까지 납니다. 일단 이곳에서도 온소바를 시켰습니다.

 

 

잠시 후 소바가 나왔습니다. 양이 푸짐했습니다. 담백한 소고기의 맛이 쫄깃하면서 부드럽고 달곰하니 좋습니다. 고명으로 시금치와 송송 썬 파를 올렸습니다. 의령의 소바가 모두 그렇듯 다소 밋밋한 면에 이런 채소류와 소고기가 있어 아삭하게 씹는 맛을 더해주고 식감을 좋게 합니다. 다만 제일소바의 면과 시금치는 삶는 시간이 다소 길었는지 면은 약간 퍼진 듯했고 시금치는 푹 고여 씹는 맛이 덜했습니다.

 

이 집에는 온소바와 함께 비빔소바가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대개 온소바의 면은 약간 덜 익은 상태에서 뜨거운 육수를 부으면 삶은 정도가 알맞아 먹기에 좋은 데 비해, 비빔소바의 경우에는 면을 조금 더 오래 삶아 살짝 퍼진 상태에서 재빨리 찬물에 헹구면 탱탱하다고 합니다.

 

 

이 집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OOOO요. 말도 마세요. 거긴 식당도 아닙니다. 업소지." 일행과 한참 그동안 먹었던 소바의 맛을 비교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대화를 엿듣고 끼어들었습니다. 조금은 황당했습니다. 이 식당에 대해 욕한 것도 아니고 다시식당과 의령소바 그리고 여태까지 맛본 소바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얼핏 그 식당 이름만 들었는지 손님들 이야기 중에 얼굴을 붉히며 끼어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불쾌한 얼굴로 항의라도 할 태세여서 눈짓으로 앉혔습니다.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은 좋으나 정도를 넘어서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마도 그 식당 때문에 손님이 줄어드는 등 피해를 본 듯합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도 아닌 것에 무례하게 끼어든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입니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의 난데없는 행동에 음식과 요리에 대한 질문을 더 하지 않고 모두 나와 버렸습니다. 나오면서 얼핏 보니 주방에 커튼이 쳐져 안을 볼 수 없었습니다. 겨우 한쪽 구석에 미처 가리지 못한 틈으로 주방 안을 엿보았습니다. 다행히 주방은 깨끗해 보였으나 개방한 두 식당과 달리 굳게 닫힌 주방이 왠지 불편했습니다. 제일소바는 부산과 인천 두 곳에 체인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개 다른 지역에 가면 국수는 편육이나 보쌈, 만두 등이나 그도 아니라면 달걀이라도 함께 먹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경상도에서는 국수 그 자체만으로 배를 채우지 곁들여 먹는 음식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의령에서 소바를 먹고 나면 후식거리로 먹게 되는 것이 '망개떡'입니다. 청미래덩굴을 망개나무라고 부르는데 그 잎으로 떡을 싸서 먹습니다. 다시식당과 의령소바 사이에 망개떡을 파는 곳이 있으니 국수를 먹고 나서 허전한 이는 망개잎에 싸인 팥소의 달콤함과 찹쌀의 쫀득함을 맛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3개에 천 원 정도로 15개를 5000원에 포장하여 팔고 있습니다.

 

망개떡 만드는 모습

 

다시식당, 의령소바, 제일소바 셋 모두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여행자가 느낀 건 이 세 식당 모두 뭔가 2% 부족한 느낌, 딱 이거다 싶은 궁극의 맛은 아니었습니다. 음식 맛은 절대적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맛은 아니더라도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면 특징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지요.

 

세 식당 중 굳이 한 식당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다시식당의 맛이 가장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 맛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옛날의 일이겠지요. 지금 옛날의 맛을 맛볼 순 없으니까요.

 

뭐라 할까요. 다시식당의 소바가 솜씨 좋은 어머니 맛이라면, 제일소바는 구수한 할머니의 맛, 의령소바는 요리학원을 다니는 새댁의 맛이라고나 할까요. 취향에 따라 세 식당 중 하나를 골라 먹으면 좋겠습니다. 토박이 맛을 추구하는 이라면 다시식당이나 제일소바를, 혼자 왔거나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라면 1인용 식탁과 다양한 메뉴가 있는 의령소바를 택하면 될 듯합니다.

 

메밀소바의 가격은 다시식당과 제일소바가 6000원, 의령소바가 4000원입니다. 그러나 현지에 가서 먹어보면 가격을 단순히 수치로만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 비싸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만약 이들 식당에서 국산메밀을 쓴다면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소바의 장점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맛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외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는 의령소바, 이번 주말에 의령을 한번 다녀가면 좋겠습니다.

 

 

 

☞ 제가 소개하는 식당은 맛집이라기보다는 그냥 여행지에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여기시면 됩니다.

 

다시식당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서동리 492-4 055-573-2514 온소바 6000원, 비빔소바 7000원, 냉소바 7000원

의령소바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서동리 491-30 055-572-0885 온소바 4000원, 냉소바 5000원, 비빔소바 5000원, 돈가스 6000원

제일소바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중동리 394-15 055-572-3863 온소바 6000원, 비빔소바 6000원, 냉소바 6000원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