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길 위의 사람들

백만 명이 넘게 찾는 제주 우도, 여객선 선장을 만나다

 

 

 

한 해 백만 명이 넘게 찾는 제주 우도, 여객선 선장 최인배 씨를 만나다

 

제주도 가면 누구나 찾는 우도. 우도를 가기 위해선 성산포에서 배를 타야 합니다. 늘 가지는 궁금증 하나, 우도 가는 배를 모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요? 유람선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여객선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우도 가는 배의 선장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성산포항에서 우도로 가는 배를 탔습니다. 배의 3층까지 오르니 조타실입니다. 조타실에는 두어 분이 있었는데 선장이 누구냐고 물으니 서로 상대방을 가리키며 선장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장난을 두고 보던 오 선생님의 눈짓으로 선장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배의 이름은 '우도사랑 1호'. 선장 채인배(50) 씨는 아주 여유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세월아~, 네월아~'흘러가는 세월에 몸을 맡기고 바다처럼 인생을 즐기는 듯한 사내였습니다. 항상 엷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데다 덩치도 듬직하여 첫눈에 친근감이 생기더군요.

 

 

채인배 씨가 처음 배를 탄 것은 25년 전이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20대의 한창 젊은 나이라 원양어선, 상선 등 안 타본 배들이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14년 전부터 우도와 성산포를 잇는 여객선을 몰게 되었다고 합니다.

 

 

푸짐한 인상과는 달리 최 씨는 우도 출신이었습니다. 대개 섬 출신이면 왠지 거칠고, 다부진 몸을 연상하게 마련이지만 그는 구수함 그 자체였습니다.

 

 

우도에서 태어난 그가 먼 바다까지 나가는 뱃일을 하다 우도로 다시 돌아온 지도 벌써 14년 전. 장남인데다 홀로 섬에 남은 어머니를 봉양하러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마음씀씀이가 곱습니다.

 

 

최 씨에 따르면, 예전에 우도와 성산포를 오가는 배는 이렇게 번듯한 여객선이 아니라 나룻배였다고 합니다. 작은 나룻배가 제주 본섬과 연결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지요. 처음 여객선이 들어왔을 때만 해도 겨우 여섯 대의 차량을 배에 실을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27대 정도, 소형차 기준 40대를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그가 운행하는 '우도사랑 1호'에는 선장 최 씨 외에 항해사 1명, 기관장 1명, 기관사 1명, 안전요원 1명, 부원 1명 등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여섯 명의 선원이 우도를 관광하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배를 움직이는 이들입니다. '우도사랑 1호'는 325톤으로 승선정원은 400명입니다.

 

 

 

잠시 조타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배를 운전할 때 키로 배의 방향을 조종하는데 키는 배안의 어느 누구도 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배의 방향은 어떻게 조종하지, 순간 의문이 생겼습니다. 선장에게 물어보니 '여기, 이것으로 조종하지요." 선장이 말한 '이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한참을 살펴봐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리저리 헤매는 여행자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듯 선장은 빙긋이 웃었습니다. 그러더니 눈짓으로 오른손 아래를 살며시 가리켰습니다. 그제야 레버 옆 그의 손바닥에 감춰진 작고 동그란 버튼이 보였습니다. 배를 몰 때는 큰 키로 움직인다는 여태까지의 상식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더군요. 갸우뚱하는 여행자에게 선장이 말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지요. 모든 게 기계화, 전자화 되고 있으니 키로 운행을 하는 배도 이젠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조타실 창으로 길게 누운 우도가 보였습니다. 조타실은 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여서 시야가 매우 좋았습니다. 일반승객들이 머무는 선실에서 보는 바다 풍경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탁 트인 바다가 시원스레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조타실 안은 의외로 단순하고 소박했습니다. 각종 장비가 전면으로 배치되어 있고, 그 요소마다 선원들이 앉을 수 있는 목이 긴 의자가 있었습니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낡은 소파인데, 베개가 놓인 걸로 보아 침대로도 사용되는 모양입니다.

 

 

조타실 한쪽 벽면에는 도선 사업면허증과 승무원 명부가 붙어 있었습니다. 사업기간이 ‘2004년 10월 18일부터 영구’라고 되어 있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사업 면허를 허가하면서 뱃삯과 차량에 따라 정해 놓은 운임에 대해 세세하게 적어 놓은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섬이 가까워지자 선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장에게 인사를 고하고 선실로 내려오니 배안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여행자도 서둘러 배에서 내렸습니다. 우도에 도착한 것입니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