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의 味학

제주토박이가 소개한 바닷가 외진 전복집에 감동

 

 

 

제주토박이가 소개한 바닷가 외진 전복집에 감동

 

옥빛 제주바다를 실컷 감상하고 남자 셋은 우도 선착장으로 향했다.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되어 배를 타기 전에 식사를 할 요량이었다. 오재욱 님이 추천한 메뉴는 전복죽이었다. 아직 완쾌하지 않은 여행자를 위해 마음을 쓴 것이 고마웠다.

 

소라네집에서는 성산일출봉(좌)과 섭지코지(우)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처음 간 곳은 제주도 사람뿐만 아니라 외지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는 전복집이었다. 불행히도 입구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오 선생님이 이리저리 고민을 하시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가격표가 별도로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시가로 받는다.

 

제주도 토박이인 오 선생님의 말은 평소에는 알아듣기 쉬웠는데, 정작 제주도 사람과 통화하니 "~했으꽈"라는 끝말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 끝을 올리는 억양이 일본말을 닮았다고 했더니 피식 웃었다. 통화를 끝낸 오 선생님이 위치를 가늠하더니 도착한 곳은 한적한 어느 바닷가였다.

 

식당이라고는 두어 곳밖에 없고 사람들도 별로 없어 이런 외진 곳도 있구나, 싶었다.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섭지코지가 손에 잡힐 듯하고, 오늘 개장해 도로를 마비시킨 아쿠아도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식당 이름은 '소라네집'. 온평리에 있었다. 수족관에는 뿔소라, 문어, 전복 등이 있었다. 마침 주인은 전복을 만지고 있었다. 어른 손바닥만 한 전복의 크기도 크기지만 꼼지락거리는 모양새가 한눈에 보아도 싱싱해 보였다.

 

 

특이한 것은 메뉴판에 음식 가격이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격이 없다는 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시가로 받는다는 의미로 재료가 신선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실내는 허름했다. 실내포장마차를 연상시킬 정도로 허술해 보였다. 도시인들의 눈에는 식당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간소했다. 다만 사방으로 창이 나 있어 에어컨을 틀지 않았는데도 시원한 바람이 연신 불어댔다.

 

 

밑반찬으로 김치, 깍두기, 양파, 고추, 톳이 전부였다. 하기야 전복죽에는 따로 밑반찬이 많을 이유는 없다. 톳은 바다향이 깊이 배어 있어 자꾸 젓가락이 갔다.

 

 

드디어 전복죽이 나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전복죽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놀란 것은 그 다음. 전복죽이 뜨거울까봐 숟가락으로 휘휘 젓고 있는데, 큼직한 알맹이가 걸렸다. 전복이었다. 어른 손가락 굵기만 한 전복 예닐곱 조각이 몸뚱이를 드러냈다.

 

 

전복죽이야 어디서든 먹을 수 있지만 이렇게 전복을 큼직하게 썰어 넣은 전복죽은 처음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전복을 입에 넣었더니 그 도톰한 것이 씹히는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죽에 들어간 전복의 크기도 크기지만 고소한 죽의 풍미도 좋았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우고 추가로 더 달라고 하니 주인이 선뜻 죽을 더 내왔다. 원래 추가로 더 주는 것인지, 아니면 오늘만 더 주는 것인지를 묻자 주인의 말은 간단했다. "손님이 더 달라고 하면 줘야지요."

 

'소라엄마'로 불리는 주인 현순애 씨가 직접 수확해서 말린 무말랭이를 보여주고 있다.

 

죽을 먹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은 대개 제주도 사람들이었다. 이따금 외지인들의 모습도 보였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개 구수한 제주도 말을 쓰고 있었다. 오 선생님께 이 식당을 소개한 이는 택시기사라고 했다. 제주도 관광의 제일선에 있는 택시기사 분이 소개한 식당이니 그 맛이야 굳이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외진 바닷가의 작고 허름한 식당이지만 그 맛은 깊고 옹골찬 식당이었다.

 

든든해진 배를 움켜잡고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이 외지고 한적한 바닷가에 비록 허름하지만 맛있는 식당이 있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전복죽은 한 그릇에 1만원이었다. 소라네집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661-1에 있다.(☎ 064-782-2771)

 

소라네집에서 본 섭지코지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