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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풍류와 멋

풍경도 그만, 숨은바위찾기의 매력 천학정




풍경도 그만, 숨은 바위 찾기 매력에 빠진 천학정

관동팔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청간정에서 3km 남짓 가면 토성면 교암리에 이른다. 마을 앞 바닷가에는 조그만 산이 하나 있다. 소나무가 우거진 산을 잠시 올라가면 해안 절벽 위에 서 있는 작은 정자를 만나게 된다. 천학정이다.


1931년 이 고장 유지들이 세운 천학정은 청간정과 더불어 고성팔경 중의 하나이다. 청간정이 호방한 바다 맛을 보인다면 천학정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너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바위섬들이 뻥 뚫린 해안을 포근히 감싸준다. 북으로는 백도해수욕장과 죽도, 능파대가 에두르고 교암항이 다시 포근히 감싼다. 남으로는 죽도와 청간정이 멀찍이 지켜보고 있다.


교암항

앞으로 끝없이 펼쳐진 동해에는 한 점 작은 섬, 가도가 있어 잠시 안도의 숨을 쉬게 한다. 높은 절벽 위에 자리한 정자 아래로는 기암괴석이 파도와 쉼 없이 조우한다. 그 바위 하나하나의 생김새는 갖은 형상을 띠고 있다.

망월대에서

먼저 망월대에 올랐다. 이곳에 오르니 천학정의 아름다움이 다시 다가온다. 소나무가 주는 풍치는 여전하고 비상을 하듯 날아오르는 정자의 경치가 으뜸이다. 이곳의 일출이 제일이라고 하니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그려보았다. 일출은 천학정에서, 달은 망월대에서 감상하면 절로 시흥이 일 듯하다.


군 초소가 바위 벼랑 끝에 있다. 예전에는 정자 주위를 철조망이 둘러싸고 있어 어수선했으나 지금은 다행히 걷혀 있었다. 다만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초소는 여전히 긴장감을 준다.


두꺼비바위

망월대 아래 정자 옆에는 두꺼비바위가 있다. 처음에는 갸웃거리지만 눈두덩과 입을 찾으니 금세 두꺼비임을 알겠다. 예부터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여겨졌던 두꺼비가 있어서일까. 천학정은 아직도 단 한 번의 작은 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오리바위

바다에는 오리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날개를 접은 물오리의 형상을 한 오리바위이다. 날갯죽지를 보면 오리를 닮은 듯도 하다.

고래바위

천학정 아래 기암괴석의 바위 중에 가장 또렷한 형상이 고래바위일 것이다. 몸은 바다에 감추고 머리만 내민 바위는 누가 봐도 영락없이 고래를 닮았다. 파도가 높이 치면 고래가 불쑥 나타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고 한다.

손바위

다음은 수
(손)바위이다. 사람의 손 모양을 빼닮았다. 위에 있는 부처 바위에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는 손모양이어서 ‘기도바위’로도 불린다고 한다.

코끼리바위, 그 속의 불상바위, 아래의 손바위

손바위 위로는 코끼리 모양의 바위가 있다. 코끼리 머리 모양이다. 코끼리 바위 안에는 다시 사람의 형상을 한 불상바위가 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금방 찾을 것이다.

코끼리바위와 불상바위

가도

천학정 앞으로 멀리 작은 섬 하나가 있다. 섬 이름은 가도이다. 가도에도 ‘호바위’와 ‘흔들바위’가 있다. 호바위는 여자의 뒤에서 남자가 감싸 안고 흔들바위를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다. 남․녀가 소원을 빌면 꼭 이루어진다는 아주 흔한 이야기를 안고 있는 바위이다.
 
가도의 호바위와 흔들바위

흔들바위는 가도 오른쪽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둥근 바위이다. 장정 한 사람이 힘주어 흔들면 흔들리는데 오랜 세월동안 세찬 폭풍우와 파도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천학정은 이 고장 사람들이 세워서 그런지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풍경도 그만이지만 천학정 주위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이 작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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