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먼저 아우 뒤에. 형제 고택

형님 먼저 아우 뒤에. 형제 고택 비교

- 거창 동호리 이씨 고가와 영은 고택

 

거창 동호리에는 담장을 같이 하는 형제 고택이 있습니다. 바로 ‘이씨 고가’와 ‘영은 고택’으로 불리는 두 고택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씨 고가’는 1810년에 이진악 선생이 지은 집이고, ‘영은 고택’은 그보다 훨씬 뒤인 1884년에 이진악 선생의 아들인 이준학 선생이 4형제에게 분재를 하면서 차남인 영은 이현석 선생에게 지어준 집입니다. 물론 종가인 ‘이씨 고가’는 종손인 영은 선생의 형이 물려받았겠지요.

이씨 고가(좌)와 영은 고택(우)의 대문

여행자는 먼저 영은 고택을 들렀습니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영은 고택이 마을입구에서 가깝기 때문입니다. 동호리에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서 살수록 부자가 된다는 설이 전해집니다. 마을의 맨 위쪽에 종가가 있고 그 아래에 영은 고택이 있습니다. 이준학 선생이 4명의 자식들에게 종가 아래쪽으로 한 채씩의 집을 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씨 고가(좌)와 영은 고택(우)의 사랑채

영은 고택은 종가(이씨 고가)에 비해 규모가 작고 건물도 간략한 편입니다. 대문부터 차이가 납니다. 종가의 대문이 솟을대문인데 비해 영은 고택의 옛 대문은 사라지고 지금은 철제 대문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씨 고가(좌)와 영은 고택(우)의 사랑채 내부

문을 들어서면 확연히 규모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채는 3칸으로 같으나, 기둥 등의 부재에서 차이가 납니다. 영은 고택은 중문채가 없어 사랑채를 돌아가면 바로 안채로 이어집니다. 그래도 동호재의 묵직함에 비해 영은 고택의 사랑채는 날렵합니다.

이씨 고가(좌)와 영은 고택(우)의 사랑채 뒷문

사랑채 뒷벽에 시렁을 매단 종가에 비해 영은 고택은 깔끔합니다. 마루에는 판문을 달고, 방에는 띠살문을 달아 안채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종가의 사랑채 뒷문은 널문에 창을 낸 특징이 있습니다.

이씨 고가(좌)와 영은 고택(우)의 안채 전경

안채도 그 위용이 다릅니다. 종가가 외기둥을 둥근기둥으로 한데 비해, 영은 고택은 사각기둥입니다. 종가의 안채에서 권위와 연륜이 묻어난다면, 영은 고택은 살갑고 조금은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종가의 안채는 앞면 5칸 반, 옆면 2칸의 제법 큰 규모입니다. 영은 고택은 앞면 4칸, 측면 1칸 반의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입니다. 둘 다 팔작지붕 형식입니다.

이씨 고가(좌)와 영은 고택(우)의 안방 창호

안방의 창호는 비슷합니다. 여닫이와 미닫이의 겹문구조입니다, 종가의 바깥문(여닫이)은 띠살문인데 영은 고택은 미쳐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씨 고가에는 종부가 있었지만 영은 고택에는 아무도 없어 주인 없는 집에 오를 수 없어서였습니다. 안문(미닫이)은 둘 다 용用자살문입니다. 다만 종가의 용자살문이 9칸으로 간략하다면 영은 고택은 15칸으로 다소 촘촘한 편입니다. 종가는 방문 아래로 머름대를 둔 반면 영은 고택의 안채는 머름을 생략하는 대신 방문 아래쪽에 판을 대었습니다.

이씨 고가(좌)와 영은 고택(우)의 아궁이

곳간채와 마구간채도 차이가 납니다. 이씨 고가는 두꺼운 외벽을 한 곳간채와 별도의 마구간채가 있습니다. 영은 고택은 3칸의 곳간채만 현재 남아있습니다. 곳간채는 둘 다 맞배지붕입니다.

이씨 고가(좌)와 영은 고택(우)의 곳간채

두 고택의 배치는 엇비슷합니다. 다만 이씨 고가가 대문채, 사랑채, 중문채, 안채, 곳간채, 마구간채 등으로 기본에 충실하게 배치된데 비해 영은 고택은 사랑채와 곳간채를 병렬로 배치하고 그 중앙에 직각으로 안채를 배치한 간결한 구조입니다.

영은 고택의 사랑채와 담장을 같이 쓰고 있는 이씨 고가

종가인 이씨 고가와 담장을 같이 쓰고 있는 영은 고택은 위에 위치한 종가와의 비교를 통해 옛 양반들의 분재 상황이나 위치, 규모, 공간구성 등을 비교하여 볼 수 있는 좋은 자료입니다. 이씨 고가와 영은 고택은 각기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22호, 37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두 고택은 경남 거창군 웅양면 동호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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