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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무작정 떠났다가 폭설로 간신히 빠져나온 영광여행





무작정 떠났다가 폭설로 간신히 빠져나온 영광여행

연말에 영광을 갔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2박 3일 정도 어딘가를 다녀오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일정이 여의치 않아 주말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딱히 갈 곳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서해 쪽으로 가자는 말에 문득 영광이 떠올랐습니다.


처음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을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서해안에 대설특보가 내렸다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담양 인근에서 날씨가 돌변했습니다. 온통 하얀 눈에 도로마저 결빙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눈이다.'하며 연신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기쁨은 아주 잠시였습니다. 길은 빙판이었고 차는 고속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시속 60km를 넘지 못했습니다. 엉금엉금 기어가던 차는 서해안 고속도로에 이르러서야 제 속도를 냈습니다.


폭설이 쏟아지는데도 도로 상태는 좋았습니다. 영광에 가서 굴비라도 먹자고 한껏 들떴습니다. 영광 톨게이트를 지났습니다. 앞서 가던 트럭이 멈추더니 스노우 체인을 감습니다. 잠시 지켜보다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스노우 체인도 없을 뿐더러 눈에 익숙하지 않은 남쪽 사람에게 위험은 저 밖의 일이었습니다. 국도에 들어섰습니다. 갑자기 차가 한쪽으로 밀리기 시작합니다. '어어' 외마디 소리를 질렀습니다.


길은 이미 통제 불능이었습니다. 차를 돌릴 곳도 없었습니다. 무작정 엉금엉금 차를 몰았습니다. 한참동안 진땀을 빼고 나니 마을이 나타났습니다. 마을 입구에 차를 돌릴 만한 공간이 있더군요.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눈에 쌓인 멋진 집이 보였습니다. 잠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무에 내린 눈도 예술입니다. 눈에 대한 두려움도 잠시 잊은 채 아름다움에 감탄을 합니다.


나주로 향했습니다. 톨게이트의 '함평'이라고 적힌 글자에도 눈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함평 나들목을 빠져나오니 국도입니다. 고속도로와 달리 국도는 제설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가는 차가 없어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연말이면 눈을 찾아 강원도며, 전라도며 각지를 찾아 나서곤 했지만 이번처럼 심한 폭설은 처음입니다. 도로에 주저앉을 수도 없어 무조건 나주로 향했습니다.


스노우 체인의 중요성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전국 각지의 험지를 떠돌아서 운전에는 늘 자신이 있었지만 이날처럼 진땀을 뺀 적은 없습니다.


나주 가는 어느 지방도에서 버스정류장을 만났습니다. 이 와중에도 풍경은 여행자에게 다가옵니다. 오가는 차도 없어 눈 속에서 한참을 있었습니다. 아내는 완전 어이 상실한 듯한 표정입니다. 눈 때문에 힘들었지만 오히려 눈 때문에 여유를 가진 하루였습니다. 악조건일수록 더 여유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아예 포기를 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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