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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 기행

아가리를 쩍, 대구가 널브러진 칠암항 소경



 

아가리를 쩍 벌린 대구가 널브러진 칠암항 소경


바람이 세찼다. 어선들은 하나둘 포구로 돌아왔고 만선의 기쁨을 부두에 쏟아내었다. 길게 고동을 울리던 배가 가픈 숨을 토해내자 바다는 갈매기 천국이 되었다.

 

해안 길을 따라 칠암항에 도착한 건 다 늦은 오후였다. 어선 두어 척이 정박해 있을 뿐 포구는 비어 있었다. 등대로 향했다. 며칠 전에 세운 야구등대는 멀리서 보아도 그 형태가 뚜렷하다. 등대는 예전 거칠바위라 불렸다가 후대에 옻바위, 검정바위라 불린 곳에 있다.

 

칠암리의 옛 이름은 뒷산이 민둥산이라 하여 독이방이었다. 마을 앞 바다 속에 검은 바위가 옻을 칠한 것처럼 검어 옻 바위(칠암)라 하였으나 칠암漆岩이라는 글자가 어려워 칠암七巖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검은 바위가 일곱 개 있어 칠암七巖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등대로 가던 중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어선에서 막 부린 생선들이 바닥에 가득하였다. 사내들은 연신 그물에서 생선들을 걷어내고 아낙들은 부지런히 고기를 상자에 담고 얼음을 채운다. 손발이 척척 맞지 않는다면 배는 지칠 것이다.

 

삼십여 분이 흘렀을까. 부두 바닥을 가득 채웠던 생선들이 아낙네의 부지런한 손놀림에 상자에 모두 담겼다. 그 성실한 고된 노동을 본 여행자의 눈이 바람에 아렸다.

 

등대 주위의 방파제는 낚시꾼들이 이미 차지하였다. 등대를 날릴 듯한 바람의 기세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자를 꾹꾹 눌러쓴 채 겨울바다를 낚고 있었다. 많이 잡히느냐는 여행자의 물음은 아무런 대꾸 없이 바람에 되돌아올 뿐이었다.

 

등대 주위를 돌고 있으니 어선 한 척이 쏜살같이 다가왔다. 뱃머리에 선 어부가 여행자를 향해 손을 흔든다. 갑판 위에 그득 실린 그물이 만선이라도 되는 양 깃발을 나부끼며 포구로 들어간다. 


앞선 어선을 쫓아 포구로 뛰었다. 그물에 걸린 멸치 한 마리가 햇빛에 번득인다. 노부부는 조심스레 그물을 손질하기 시작하였다. 평생 바다와 함께한 노부부는 오늘도 어김없이 바다를 찾았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손가는 대로 움직이니 그것이 곧 그들만의 소통이었다. 바다를 닮은 노부부는 이미 바다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갔더니 아가리를 쩍 벌린 대구가 부두에 널브러져 있었다. 진풍경이었다. 역시나 전처럼 사내들은 배에서 대구를 내리고 아낙은 상자에 담는 일을 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무슨 말을 건네고 싶었으나 그들의 바쁜 손놀림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둣가에는 갖은 생선들을 말리고 있었다. 부두를 따라 길게 늘어선 횟집은 저녁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이 되어 이곳을 찾은 이들은 대도시 부산의 소란함을 이곳에서 잠시 묻어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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