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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박물관

교과서의 궁금증을 확 풀어주는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교과서의 궁금증을 확 풀어주는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학창시절, 누구나 교과서에서 신석기시대에 관해 배운 적이 있다. 빗살무늬토기, 민무늬토기 등을 사진과 설명으로 보면서도 수천 년이 지난 시간만큼이나 그 시대를 피부로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궁금증을 확 풀어주는 곳이 있다. 강원도 양양의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인 약 8,000년 전의 신석기 유적지인 이곳은 인근에 해수욕장과 수산항이 있어 한번쯤 들릴만한 곳이다.

 

해가 질 무렵 박물관에 도착했다. 밋밋한 박물관 외관에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정갈했다.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재잘재잘 궁금한 것을 묻자 부모들은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오산리선사유적지는 1977년 주변 호수인 쌍호를 매립하여 농지로 조성하기 위해 모래언덕의 토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1987년까지 6차례에 걸쳐 발굴하여 14기의 움집터와 각종 토기류 등 4,000여 점의 유물과 유적을 소개하고 전시한 박물관은 2007년 7월에 개관하였다. 

 

강원영동지역의 신석기문화가 다른 지역보다 빨리 출현한 것은 강과 바닷가가 신석기인들이 살기에 적당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일대에서 신석기 유적이 50여 곳 발견되었는데, 대표적인 유적지로 고성 문암리, 양양 용호리, 양양 가평리, 양양 오산리, 양양 지경리, 강릉 초당동 등이다. 이를 통해 강원지역 신석기인들이 주로 하천이나 바닷가에서 어로생활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전시공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누어진다. 신석기인들의 생활 모습을 재현한 제1전시실과 각종 선사문화와 유적을 전시한 제2전시실, 갈대군락지인 쌍호와 그 주위의 탐방로, 움집이 있는 야외시설이 그것이다.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바닷가 어로생활의 모습이 나온다. 가까이 다가서면 신기하게도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들려온다. 평면적인 관람에서 청각적인 요소까지 들어가니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신석기인들과 함께 있는 듯하다. 이외에도 수렵생활과 채집생활, 토기를 제작하는 모습들이 재현되어 있어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제2전시실은 찬찬히 둘러보아야 한다. 신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 토기 50여 점, 석기 50여점, 그물추(어망추) 50여점, 토기 조각 80여점 등 49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강원 영동지역의 선사문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좋은 공부거리가 된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토기류다. 교과서에서 막연히 봐왔던 덧무늬토기, 빗살무늬토기, 붉은간토기를 실제로 볼 수 있어 선사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덧무늬토기는 기원전 6,000~4,000년 무렵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겉면에 진흙 띠를 덧붙여 무늬효과를 낸 것이 특징이다. 빗살무늬토기 층 아래에서 출토되어 빗살무늬토기보다 이른 시기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빗살무늬토기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이름이다. 빗살무늬토기는 기원전 4,500년 무렵부터 나타난 형식의 토기로 덧무늬토기와는 달리 한반도 전 지역에서 출토되고 있어 우리나라 신석기문화를 빗살토기문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뾰족한 포탄모양인 이 토기는 겉면이 점과 선으로 구성된 기학학적 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강릉 초당동에서 출토된 붉은간토기는 고운 바탕흙을 사용하여 만든 후 표면에 산화철을 발라 구워내 붉은 광택이 난다. 단조로운 구성에도 깔끔한 외장이 눈길을 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움을 지닌 흑요석은 가공이 자유로워 석기의 중요한 재료로 쓰였다. 화산석의 일종으로 원산지가 백두산 일대로 밝혀져 이 지역과의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제2전시실에는 익히 들었던 뗀석기(타제석기)와 간석기(마제석기) 등 다양한 석기류를 전시하고 있다. 사냥에 사용했던 각종 도구와 도토리와 같은 야생열매를 채집하는 과정, 청동기문화도 소개하고 있어 각 시대별 문화유적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관람을 한 후 로비로 나오니 한 쪽에 기획전이 있었다. 양양의 아름다움을 찍은 사진들과 외국선사문화를 담은 사진전시회였다. 신석기인들의 생활터전이었다는 쌍호는 갈대가 무성했다.

  쌍호

바다가 보고 싶었다. 오산리해수욕장으로 향했으나 철조망을 둘러친 해수욕장은 굳게 닫혀 있었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여름 피서철에만 개방된다고 한다. 해변을 거닐 수 없다는 아쉬움보다는 분단의 슬픔이 더 깊었다.

오산해수욕장

다음날은 일출을 볼 예정이었다. 일출 사진이 거의 없는 게으른 여행자도 이번에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낙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대부부의 숙소들이 콘도식모텔인 콘도텔이었다. 주방이 별도로 있어 요리가 가능했고 방도 두 개인 곳도 있었다. 여행자가 묵은 곳은 송이콘도식모텔이었다. 주인장은 방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여섯 시에 일어났으나 흐린 날씨로 인해 일출은 볼 수 없었다.

 

☞ 여행팁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은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오산리 51번지에 있다. 관람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이며, 17시 30분까지 입장해야 한다. 단체관람 및 박물관 해설은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군인 500원, 어린이 300원이다. (☏ 033-671-2000)

숙소에서 본 낙산해수욕장과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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