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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곽

서울 도심, 가을빛에 물들다.



 

서울 도심, 가을빛에 물들다. 몽촌토성


경상도 여행자가 다시 서울을 찾았습니다. 일 년에 서너 번은 한양을 가곤 합니다. 이번에는 가을여행 어플 출시와 관련하여 태터앤미디어에 세미나 참석차 갔습니다. 서울은 여행자에게는 늘 곤욕스러운 도시지만 갈 때 마다 꼭 한두 군데는 들리곤 합니다. 이번에는 몽촌토성을 찾았습니다.

 

빌딩들과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에 올림픽공원이 있더군요. 광장의 끝에 있는 상징문이 다소 위압적입니다. 세계 평화를 상징한다고 하지만 그 의미보다 왠지 모를 권위적인 느낌이 싫었습니다.

 

공원으로 들어서니 가을빛이 완연합니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가만히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토성 아래에 조성된 연못에는 노인 분들이 가을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왼쪽으로 몽촌토성이 보입니다. 멀리서는 나무에 가려 언덕으로만 보이던 토성을 바로 아래서 보니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해발 30~40m 정도의 나지막한 구릉들을 연결했다고 하지만 흙으로 다진 토성의 높이는 15~17m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해자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 옛날에는 상당히 견고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 위에 서니 올림픽 경기장과 고층 빌딩들이 보입니다. 성을 둘러싸고 있는 현대식 건물들로 성의 규모를 눈대중해 봅니다. 남북이 730m, 동서가 540m로 성의 둘레는 약 2.3km에 달한다고 합니다.

 

성벽을 따라 걸었습니다. 하얀 억새가 바람에 하늘하늘 날립니다. 공원 입구에 섰을 때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입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매력에 빠져 들었습니다.

 

평일 낮인데도 운동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개는 주민들이겠지만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산책을 하는 직장인들도 더러 보입니다. 토성이 주는 이 공간이 이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겠지요.

 

성내의 숲은 정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소 어수선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좋습니다. 일률적으로 잔디를 깔고 보기 좋은 나무와 꽃을 조성하기보다는 생긴 그대로의 자연이 여행자에게는 좋습니다.

 

얼마를 가니 ‘움집터’ 전시관이 나옵니다. 이곳 앞마당에도 억새가 지천입니다. 몽촌토성은 백제 초기 3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강과 남한산성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이 토성은 북쪽 방향으로부터의 침공에 대비해 서울을 수비하는 토성으로 이용되었다고 하는군요.

 

발굴 결과 토성 내에서 4곳의 건물터와 12곳의 움집터가 나왔다고 합니다. 전시관 안에는 4곳의 움집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움집은 긴 벽이 6m, 짧은 벽이 4m 가량 됩니다.


 

토성의 비탈면에는 소나무 숲이 있어 삭막할 수 있는 풍경을 운치 있게 바꾸었습니다. 목책도 더러 보입니다. 그냥 구릉으로만 보였을 토성의 흔적이 목책으로 인해 더욱 확연해집니다.


 

한 무리의 새떼가 허공을 오릅니다. 고층빌딩들도 잔디가 깔린 높은 언덕에 가려져 나름 깊숙한 공원이 되었습니다. 붉은 단풍은 아니더라도 나무들이 토해낸 낙엽으로 인해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늦가을의 나른한 햇볕을 쬐며 책을 읽는 아가씨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덕 위에 있었다면 좀 더 좋은 사진이 되었을 텐데요.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하늘과 언덕이 만나는 곳에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수령이 550년을 넘겼네요. 둘레만 6m 정도이니 대단합니다. 이런 고목들이 있어야 천년의 시간을 넘긴 옛 유적지에 대한 상상이 한층 깊어집니다.

 

사진도 찍고, 중간 중간 벤치에서 쉬었음에도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역사의 시간과 현재의 휴식이 있는 몽촌토성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꼭 필요한 곳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만들더군요. 선조들이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준 귀중한 선물이겠지요.

 

몽촌토성은 1982년 7월 22일 사적 제297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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