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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신비의 섬

4박5일 울릉도 여행의 서막, 포스코 야경


 

4박5일 울릉도 여행의 서막, 포스코 야경


작년 10월 울릉도 여행을 하루 앞두고 길을 돌려야 했다. 풍랑 때문이었다. 높은 파도로 뱃길이 닫혀 버렸다. 공개 모집을 통해 꾸린 몇몇 사람들과의 만남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1년여 만에 다시 울릉도로 향했다.

 

이번에는 혼자였다. 포항까지는 세 시간 삼십여 분, 홀로 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탄 시외버스는 느린 가을을 향해 달렸다. 포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서둘러 택시를 잡아 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차창으로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였다. 1968년 흔히 ‘포항제철’로 불리던 포항종합제철(주)로 설립되어 2002년 3월 15일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한국 산업화의 주역으로 그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

 

터미널 인근에 모텔을 잡았다. 짐을 풀고 주인장에게 식사할 곳을 물어보니 몇몇 식당을 알려준다. 피곤했다. 카메라를 챙길까말까 망설이는데 방금 보았던 화려한 야경이 눈에 밟힌다. 이번에 처음으로 삼각대를 산 것도 카메라를 챙기게 만들었다.

 

한 식당에 들어가서 된장찌개를 주문하니 중년의 여인은 김치찌개를 권유한다. 오늘은 김치찌개를 많이 준비했다고.

의자 위에 놓인 삼각대와 카메라를 보고 먼저 말을 걸었다. “독도 가세요.” “예....” 나의 몸은 이미 피곤을 느끼고 있었다. “독도에 사진 찍으러 가는 사람들이 우리 집을 종종 들리곤 한답니다.” “아, 예....” 여주인은 벽 한쪽에 붙어 있는 연예인 사진을 보며 은근히 말을 건넨다.

 

나의 온 신경은 식당 밖으로 보이는 포스코 야경으로 쏠려 있었다. “저기가 포스코 맞지요. 포항제철.” “예, 야경이 겁나게 좋은 곳입니더. 여기 사람들도 밤에 산책하러 많이들 갑니다.” “터미널 옆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까?” 숟가락을 놓자 여행자의 눈가에 생기가 돈 것을 확인하고 여주인은 따라 나오라고 한다. “저어기 저 짝, 터미널 옆으로 난 방파제를 쭉 따라가면 등대가 있습니다. 그쪽으로 쭉 가시면 돼요. 운동하러 나온 사람이 많아 밤인데도 그렇게 험하지는 않아요.”

“내일 아침에도 오세요. 잘해 드릴 테니까.” “예, 잘 먹었습니다. 내일 뵙죠.” 사실 음식 맛은 평범했다. 여행자에게 근사한 야경을 선물했으니 내일 아침식사까지도 고마웠다.

 

시간은 밤 아홉시를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바닷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바다 한가운데에 수십 미터는 될 법한 형형색색의 분수가 검은 하늘을 향해 물을 뿜었다. 이곳은 포항을 대표하는 북부해수욕장이다. 이곳에 서면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영일만이 건너다보인다. 밤인데도 백사장의 모래가 곱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백사장 길이가 1.8km에 달한다.

 

예전에는 포항 사람들의 해수욕장으로만 이용되었다가 해변을 따라 횟집과 레스토랑 겸 카페, 노래방들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사시사철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길게 늘어선 해변과 반짝이는 상가의 불빛, 포스코의 야경이 어우러져 밤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산책을 한다.

 

등대로 가는 길은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포스코의 야경이 점점 가까워지며 황홀한 불빛을 쏟아낸다. 밤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더러 있다. 방파제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무리들로 있다. 시원한 밤 바닷바람을 맞으며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정겨워 보인다.

 

공장의 불빛은 점점 또렷해졌다. 허연 연기가 밤하늘을 가른다. 처음으로 산 삼각대로 사진을 찍느라 몸은 이미 땀범벅이 되었다. 한동안 등대 위 방파제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제철소에서 쉬임없이 올라오는 연기를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반 시각이 흘렀을까. ‘내일은 울릉도에 갈 수 있겠지.’ 한마디의 다짐으로 엉덩이를 털었다.

 

덥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있는 데도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 시간이 열시를 훌쩍 넘겼는데도 더위는 여전했다.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아 인근 가게에서 캔 맥주를 샀다. 모텔의 허름한 소파에서 검은 바다를 보았다. 내일은 저 뱃길이 뚫리기를 바라면서.







 

☞여행팁 울릉도 가는 길에 포항 여객선터미널 인근(모텔과 식당들이 더러 있다.)에서 1박을 할 경우 저녁에 산책삼아 걷기에 좋다. 터미널 바로 옆에는 북부해수욕장있고 터미널 옆으로 난 방파제를 쭉 따라가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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