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관 옆 박물관

초가을, 책 읽는 최명희문학관 어떨까요?


 

초가을, 책 읽는 최명희문학관 어떨까요?


대학 시절 장편소설을 무지 좋아했었다. 10권 혹은 그 이상의 분량인 장편들에 푹 빠져 날밤을 새기 일쑤였다. 지금도 나의 서재 <세한재>에는 당시 보았던 장편 소설들이 책장 한 곳에 빼곡히 꼽혀 있다. 물론 책을 빌려간 이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많은 책들이 행방불명이 되곤 했지만 말이다. 그 시절 유일하게 읽다가 포기한 책이 있었다. 바로 최명희 작가의 <혼불>이었다. 2권까지 읽는 데만 며칠을 허비하고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나는 나의 일필휘지를 믿지 않는다. 원고지 한 칸 마다 나 자신을 조금씩 덜어 넣듯이 글을 써내려갔다.”는 작가의 말처럼 아둔한 내가 읽기에는 애초 무리였다.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에까지 심혈을 기울여 한 자 한자 새겨 완성한 소설 <혼불>은 오래도록 여행자의 뇌리에 남았다.

 

전주 전동성당과 마주한 경기전에서 오른쪽으로 담을 돌아 골목길에 접어들면 최명희문학관이 있다. 1998년 ‘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간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난 최명희 작가를 기리기 위해 2006년 4월에 문학관이 들어섰다. 전주 최초의 문학관이라고 한다.


최명희의 작품은 소설 27편과 수필 152편, 콩트 20편, 시 1편 등 모두 199편이다. 이중 단편소설 13편, 장편소설 1편, 미완성장편소설 1편, 엽편소설(초미니소설) 1편, 시 1편, 장편수필 5편, 수필 35편, 콩트 19편을 전시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 <혼불>은 원고지 1만 2천장으로 그 높이가 3m에 이른다. 전시된 원고는 전체 원고의 1/3에 해당한다.

 

<혼불>은 작가 최명희가 건져 올린 아름다운 우리말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지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오늘은 따로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때로는 친절한 설명이 작품 감상에는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대문까지 여행자가 안내를 했으니 제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들은 지금부터 마음껏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혼이 담긴 곳으로 깊이 침잠하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숨결을 느꼈습니까? 의자에 앉아 쉬실 분은 쉬시고, 화장실 가실 분은 아래로 가시면 됩니다. 여자 화장실은 미처 준비를 못했습니다. 화장실에서도 작가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가을, 문학관 여행에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9월 되세요.



김천령의 여행이야기에 공감하시면 구독+해 주세요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김천령의 풍경이 있는 한국기행]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