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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아이를 위한 무대, 구름 위를 날다

 


아이를 위한 무대, 구름 위를 날다

지난 주말 함양 상림을 갔습니다. 아는 분에게 산삼축제 관련 사진을 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내와 아이, 친구도 함께 동행을 했습니다. 상림에는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땡볕을 피해 숲으로 들어섰지만 더위는 꺾일 줄을 몰랐습니다.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혼자 왔더라면 이 정도 더위야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일행이 있으니 제 욕심을 버려야했습니다.

 

시원한 용추폭포로 갈까하다가 용추계곡도 피서객으로 붐빌 것은 가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기에 화림동계곡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거연정에서 한 차례 소나기를 피하고 나니 날씨는 거짓말처럼 선선해졌습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군자정을 지나 동호정으로 갔습니다. 울퉁불퉁한 암반투성이인 거연정과 민박집으로 소란스러운 군자정에 비해 너럭바위가 있는 동호정은 아이가 놀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동호정 앞으로는 푸른 계류가 흐르고 징검다리를 건너면 ‘차일암’이라는 너럭바위가 있습니다. 수백 명이 너끈히 들어설 수 있는 차일암은 길이 60여 미터에 폭이 40여 미터에 달하는 암반이 섬처럼 솟아 있는 곳입니다.


 

동호정에 오른 옛 선비들이 이곳 차일암을 무대삼아 풍류를 즐기곤 했겠지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소박한 무대 연출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하늘을 향해 점프하는 놀이였습니다.



 

계곡 상류 쪽으로는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하류 쪽은 눈부시게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었습니다. 구름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

아이도 흔쾌히 승낙하였습니다. 점프를 하자마자 아이는 나에게 달려왔습니다. “아빠, 사진 한번 보자.”아이는 자신이 정말 하늘을 난다는 게 신기한 모양입니다. “한 번 더 할까.” “그래.” 사진 찍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지만 구름 위를 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인 모양입니다.

 

점프를 몇 번이나 하고나서야 아이는 그쳤습니다. 아빠의 요구대로 열심히 했지만 아무래도 일곱 살 아이의 점프는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겠지요.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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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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