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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모델 뺨치는 다섯 살 아이의 포즈


 

모델 뺨치는 다섯 살 아이의 포즈

주말에 섬진강기차마을을 찾았습니다. 뜨거운 햇볕은 없었지만 장마중이라 날씨는 후덥지근하였습니다. 가정역까지 가는 증기기관차는 5시 30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기차를 탈 때까지는 시간이 얼마간 남아 있어 주위를 산책하였습니다. 마침 기차마을에는 장미축제를 하고 있어 갖은 종류의 장미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며 장미를 구경하고 있는데 분수대 근처에서 놀고 있는 아이 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섯 살 가량 보이는 아이와 그의 동생으로 보이는 세 살 가량의 아이가 물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언니로 보이는 아이는 장미꽃잎을 따다 동생에게 주었습니다. 어린 동생은 그 장미 꽃잎을 분수대로 던졌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참 사이가 좋아 보이는 자매였습니다.

 

너무나도 다정해 보이는 모습이 귀여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한참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갑자기 언니가 카메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이가 놀랄까봐 순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야, 정말 예쁘다. 우리 사진 한번 찍을까?”

 

아이의 눈은 자연스럽게 카메라로 향했습니다. 아이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어떠한 주저함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여행자의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옅은 미소가 점점 활짝 피었습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아이는 카메라를 뚫어지게 응시하였습니다.

 

동생은 무대 뒤로 점점 사라지고

 

다섯 살 언니는 카메라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사슴 같은 시원한 눈을 가진 아이가 웃는 모습은 정말 예뻤습니다.

 

여행자는 자신감이 생겨 아이에게 다른 포즈를 요구했습니다.

 

앞모습을 찍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자리를 잡습니다.

 

“웃어 보세요.” 하니 아이는 금세 활짝 웃습니다.

 

“자. 눈 찡긋...” 아이는 어깨를 살짝 올리며 눈을 찡긋해봅니다.

 

처음 본 낯선 아저씨에게 금방 친숙함을 보입니다.

 

아이는 끝까지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의 시선이 카메라를 벗어났습니다. 엄마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엄마에게 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사진 게재를 허락받고 아이의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는 목포에서 온 권호진 어린이였습니다. 올해 다섯 살입니다. 너무나 사랑스런 아이였습니다. 요즈음 세상이 뒤숭숭합니다. 아이들에게 마음껏 웃으며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우리 어른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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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김천령의 풍경이 있는 한국기행]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