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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홍도 최고의 바다 산행길, 깃대봉


 

홍도 최고의 바다 산행길, 깃대봉

홍도 1구마을과 양산봉 전경 

유람선을 타고 난 후 깃대봉을 올랐다. 홍도분교를 지나 깃대봉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르다. 해발 368m에 불과한 산이지만 해수면에서 바로 솟은 산이라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오르기에 그다지 힘든 산길도 아니다. 홍도 1구 마을에서 깃대봉까지는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깃대봉을 넘어 등대가 있는 2구 마을까지 다녀오려면 왕복 네다섯 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근각이 아니더라도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한다면 즐거운 산행이 될 것이다.

 몽돌(빠돌)해수욕장과 북항

일몰전망대를 지나면 관리사무소 직원이 지키고 있다. 사전 예약한 사람에 한해서 오후 3시 이후에야 출입할 수 있다. 깃대봉 일대가 홍도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0호)이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제478호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노루귀

홍도에는 상록활엽수림인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과 소사나무, 졸참나무 등의 낙엽활엽수림이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고 있다. 초지식물인 이대, 억새 등을 모두 합하면 545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1965년에 홍도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1981년에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제478호로 지정되었다.

 현호색

일몰전망대에서 잠시 홍도 1구 마을의 풍경을 보며 숨고르기를 하였다. 산을 오르자 짙은 상록수림이 나타났다. 멀리 파도소리와 가까이 들리는 새소리뿐 번잡한 관광지 홍도의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원추리

산길 곳곳에는 야생화 지천이다. 노루귀, 현호색, 생강나무,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원추리는 연둣빛 잎으로 봄맞이를 나왔다. 여름이면 홍도는 노란 원추리로 뒤덮인다고 한다.

 연인의 길. 우울하게도(?)무뚝뚝한 남자 셋이 걸었다

가파르던 산길이 부드러운 흙길로 바뀌었다. 걷기에 좋은 길이라고 여겼더니 이 길을 ‘연인의 길’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경사가 있는 깃대봉 가는 산길에서 가장 편안한 길이다. 길 이름처럼 연인들이 걷기 좋은 사랑스런 길이다.

 숨골재

울창한 숲길 사이로 바다가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길옆으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굴이 보였다. <숨골재>. 예전에 한 주민이 절굿공이 감으로 쓸 나무를 베다 실수로 이곳에 빠뜨려 버렸다.


다음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던 중 물에 나무가 떠 있어 확인해 보니 어제 빠뜨린 나무였다. 이때부터 이곳을 바다 밑으로 뚫린 굴이라 하여 숨골재굴로 부르다가 지금은 숨골재라 한다. 지금은 숨골재 일부가 막혀 있었다.

 흑산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멀리 흑산도가 보인다. 안개가 심한 날이어서 그런지 섬의 윤곽만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맑은 날이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고 한다.

 숯가마터

조금 더 오르니 옛 숯가마터가 나왔다. 이 주변은 참나무 자생지로 숯을 굽기에 적합한 조건이었다고 한다. 예전 홍도에는 18기의 숯가마터가 있었는데 이 터는 1925년에서 1935년 사이에 정숙이라는 사람이 숯을 구웠다하여 <정숙이숯굴>로 부르고 있다. 홍도에는 1940년대까지 숯을 만들다 그 후로는 폐쇄하였다고 한다. 홍도사람들은 숯을 팔아 식량과 소금을 사거나 빗물을 받아 놓은 항아리, 쌀독 등에 숯을 넣어 나쁜 기운을 없애는데 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슬픈여. 가운데 작은 암초들이다

긴 숲이 끝나고 바다를 양 옆으로 끼고 가는 능선이 나왔다. 오른편으로 홍도 6경인 슬픈여가 보인다. 

그 옛날 마음씨 고운 부부가 일곱 남매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해 명절을 맞아 제물과 아이들의 새 옷을 사러 뭍으로 나갔다.

 

일곱 남매는 산봉우리에서 부모가 돌아올 날만 기다리는데 멀리 돛단배가 나타났다. 마침 돌풍이 심하게 불어 부모가 탄 배가 파선되고 말았다. 이를 본 일곱 남매는 부모를 부르면서 바다로 들어갔는데 그대로 굳어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크고 작은 일곱 남매의 가련한 모습이 슬픈여에 보이는 듯하다. 슬픈여는 일곱 남매 바위라고도 불린다.

 

해발 365m 깃대봉 정상에 다다르자 활엽수인 소사나무가 잎을 다 떨어뜨린 채 매서운 바람에 맞서고 있었다. 깃대봉 정상에서는 홍도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손색이 없는 풍광과 숲을 가지고 있었다.

 1913년에 불을 밝힌 홍도 등대와 탑섬 일대

정상에서 2구 마을로 나있는 산길을 조금 더 걷기로 하였다. 얼마간 걷다 홍도 등대가 훤히 보이는 전망대에서 발길을 멈췄다. 옛날에 중국으로 가는 배들이 드나드는 북문으로 서울에 있는 독립문을 닮은 홍도 8경 독립문과 수많은 탑의 형태로 이루어진 섬인 4경 탑섬이 선명히 보인다.

 생강나무

더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어 발길을 돌렸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생강나무가 수줍은 듯 노란 웃음을 띠고 있었다. 가지가 붙은 연리지의 끈끈함을 보며 홍도에서 만난 좋은 인연을 오래도록 추억하기로 하였다.

                                                                                  연리지



 

☞여행팁 깃대봉은 사전에 출입을 허가 받은 사람에 한해 오후 3시 이후에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홍도관리사무소 전화(061-246-3700)나 홍도관리사무소 홈페이지 참여마당-깃대봉 등산예약 코너에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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