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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기행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촬영지, 40계단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촬영지, 40계단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동광동 인쇄골목길을 걸으면 왼편으로 오래된 계단이 보인다. 나무로 만든 전주에 까치집이 있고 영화 포스터가 이리저리 붙어 있어 지난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 계단이 안성기,박중훈 주연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나온 ‘40계단’이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40계단은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다만 인쇄골목의 오랜 추억이 담긴 풍경과 한국전쟁 당시의 옛 계단이 있어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40계단의 옛 모습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계단 중간에 있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악사의 상이다.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집에

경상도 아가씨 가 애처러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없이 슬피우는

이북고향 언제 가려나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악사

고지대 판자촌으로 이어지는 골목인 40계단은 8.15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귀환동포와 피난민들이 이곳을 오르내리며 울고 웃던 생활의 현장이다. 이 노래는 이곳을 배경으로 실향민들의 시름을 달래고 아픔을 함께 하던 정서가 담긴 가락으로 가수 박재홍이 불렀다.

 추억의 뻥튀기

꼭 40개인 40계단을 내려오면 1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가 있다. 국민은행 중앙동지점에서부터 40계단을 거쳐 40계단문화관과 팔성관광에 이르는 거리이다. 50~60년대 어려웠던 시절의 애환과 향수가 짙게 서린 이 일대를 주제로 한 기찻길과 피난민을 실어 나르던 부산항을 주제로 한 바닷길을 조성하였다.

'내쪼맨할때(내 어릴 때)' 간판의 경상도 사투리가 정겨워 한 컷

영선고개에서 중앙동 방면으로 내려가는 40계단은 1909년 ~12년 실시한 쌍산(영선산) 착평공사(길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로 인한 절개지 언덕을 통하는 계단이 생겨나면서이다. 쌍산착평공사 전까지 초량에서 중구지역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던 이 길은 당시만 해도 우마차 한 대 겨우 지날 정도의 길이었다.

 

40계단 일대는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까지 부산역과 부산우체국 등이 인접한 부산의 대표적 상업 중심가였다. 옛 부산역에서 이 계단 앞으로 비스듬한 길이 나 있어 많은 사람들의 주요 통로가 되었던 계단이지만 1953년 11월에 발생한 <역전대화재>로 인하여 이 일대 모두가 소실되었다. 전쟁 뒤처리에 바쁜 부산시는 이 엄청난 피해가 난 이 일대 복구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어머니의 마음

1960년대 들어 겨우 복구하였지만 40계단 일대는 화재 전과 전혀 다르게 복구되었다. 도로가 변형되었고 우체국 청사의 위치도 바뀌었다.  옛 40계단은 동광동 새마을 금고 앞쪽에 있었다. 비록 그 위치는 바뀌었지만 영선고갯길에서 중앙동으로 난 40계단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시절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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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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