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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풍류와 멋

수원화성 건축의 백미, 방화수류정



 

수원화성 건축의 백미, 공중에 떠있는 방화수류정

 용연지와 방화수류정

여주를 떠나자 비가 내린다. 수원으로 가는 길, 대낮인데도 한밤중처럼 어둡다. 정조의 이상과 꿈을 만나러 가는 길은 녹록한 길이 아니었나보다. 복원된 행궁을 둘러보고 방화수류정이 있는 화홍문으로 향했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화홍문의 일곱 개 무지개다리 아래로 흘러내리는 수원천은 예전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였다. 광교산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맑은 물은 간 데 없었고 개울 양편에 늘어서 있었다는 수양버들은 옛 기록에만 있을 뿐이었다.

 성벽 여장의 총안으로 본 방화수류정

옛 사람들은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일러 화홍관창華虹觀漲과 남제장류南提長柳라 일컬으며 수원팔경으로 삼았다. <화홍관창>은 광교천 맑은 물이 화홍문의 일곱 개 무지개다리를 빠져나갈 때 옥처럼 부서지는 물보라를 바라보는 눈맛이 좋음을 말한다. <남제장류>는 수원천의 긴 제방에 늘어선 수양버들의 아름다움을 일컫는 말이다.

 방화수류정. 정자 현판은 원곡 김기승이 썼다

그나마 화홍문의 무지개다리 일곱이 서로 아름다움을 다투고 예전의 것만은 못하여도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성벽처럼 콘크리트로 제방을 만들기 오래전에는 이곳 개천에는 큼직한 바위들이 깔려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동네 아낙들의 빨래터로 이용되었다고 하니 옛 풍경이 그리울 따름이다.

 정자에서 본 용연지

정조는 이곳 화홍문 일대를 몹시 사랑하여 수원팔경의 하나로 <화홍관창>을 꼽으며 무지개다리에서 흘러내린 맑은 폭포수가 옥같이 부서지는 풍광을 즐겼다고 한다.

 정자에서 본 장안문과 성벽 수원시 일대

화홍문 주변에서 느낀 아쉬움은 성벽을 따라 높은 벼랑 위에 있는 방화수류정을 보면 말끔히 사라진다. 동북각루로도 불리는 방화수류정은 높고 경사진 지형을 이용하여 마치 공중에 떠있는 듯 아련한 곳에 지어졌다.

 동북포루에서 본 동북공심돈과 연무장 일대

수원화성의 4개 각루 중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방화수류정은 한국의 건축미와 정자문화가 마음껏 표현된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정자이다. 그 아름다움은 용연, 화홍문과 더불어 화성의 백미라고 부르기에도 손색이 없다.

 동북포루와 방화수류정

방화수류정이라는 이름은 중국 송나라 때의 학자이자 시인인 정명도의 시에서 딴 것이라고 한다.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방화수류과전천訪花隨柳過前川, 구름 개어 맑은 바람 부는 한낮 꽃 찾아 나선 길/ 버드나무 따라 앞 개울가를 지나네> 시구처럼 구름이 사라지고 어둑어둑한 하늘에 맑은 빛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동북포루

방화수류정은 전시에는 적군을 감시하고 방어하는 기능을 하였으나, 평시에는 휴식공간으로 사용되었다. 화성 일대와 용연지를 바라보며 느끼는 운치와 풍류로 따지자면 이만한 곳이 없었으리라. 방화수류정은 건축미로 보나 예술적 가치로 보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걸작임에 틀림없다.

 북암문

정자에 오르면 수원성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래로는 둥그런 연못인 용연지가 있다. 예전 이곳에 용머리바위가 있어 용연지라 불렀다고 한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작은 섬이 있고 능수버들이 휘늘어져 있다.

 

성 언덕배기에 있는 진각국사 탑비를 지나면 동북포루가 있고 이곳에 서면 연무대와 활터가 멀리 보인다. 다시 길을 내려와 성 밖으로 통하는 북암문을 지난다. 암문은 성곽의 깊숙하고 후미진 곳에 있어 적이 알지 못하도록 낸 출입문을 뜻한다. 화성에는 모두 5개의 암문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특히 화성에서 유일하게 벽돌로 좌우 성벽을 쌓았다.

 

암문을 벗어나면 용연지가 발아래에 놓인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용연지의 눈맛이 그윽하다면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방화수류정의 풍광은 가히 으뜸이다. 하늘 가까이 아득한 곳에 정자가 있어 신선도 보면 탐내어 욕심이 일 선경이다.

 

이 아름다운 정취를 옛 사람들은 용지대월龍池待月이라하여 수원팔경 중의 하나로 삼았다. 연못 가운데 섬의 나무와 꽃 사이로 떠오른 보름달이 수면 위에 비추어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그토록 아름다웠으리라.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용연지는 화성을 대표하는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알았던 풍류와 전시에 대비했던 옛 선인들의 철저함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곳이 화성중에서도 바로 이곳 일대이다. 비는 멈추었으나 해는 이미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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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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