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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풍류와 멋

마을사람들이 지킨 신선이 놀고 간 자리




마을사람들이 지킨 신선이 놀고 간 자리
-강원도 영월의 요선정과 요선암, 마애여래좌상

 요선정과 마애여래좌상

주천은 본래 고구려 때 주연현이라고 불릴 만큼 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고장이다. 마을 앞 냇가의 주천석이라는 돌구유와 망산 밑에 있는 우물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옛날 술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술샘에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귀찮아진 고을 아전들이 돌구유를 현청으로 옮기자 별안간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돌구유가 세 동강이가 났다. 하나는 강물에 빠져버렸고 다른 하나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머지 하나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숙종의 어제시

무릉리에서 법흥사 가는 길을 따라 흐르는 주천강은 여름이면 맑은 물을 찾는 사람들로 제법 붐비지만 겨울에는 아직도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이다. 백덕산과 구룡산에서 흘러온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합수머리에 요선정이 있다. 길에서 보면 낮은 언덕에 불과하지만 건너편에서 보면 60m에 달하는 아득한 벼랑이다.

 마애여래좌상은 고려시대의 것으로 암벽 위에 높은 부조로 불상을 새겼다.

입구에 있는 작은 암자 미륵암에서 300여 미터 정도 솔 숲길을 걸으면 요선정에 이른다. 요선정에 오르면 벼랑 아래로는 푸른 주천강이 흐르고 건너편으로 보이는 암벽들이 수려하다.

 

요선정은 수주면 무릉리에 사는 요선계 게원들이 1915년에 건립하였다. 주천강 상류인 이곳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숙종의 어제시를 봉안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이다.

 벼랑 끝에 서있는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어제시는 숙종이 직접 하사하여 주천강 북쪽 언덕에 있던 청허루에 봉안하였으나 세월이 흘러 청허루가 붕괴되었고 숙종의 어제시 현판은 일본인이었던 주천면 경찰지소장이 소유하게 되었다. 이에 요선계 회원들이 많은 대금을 지불하여 어제시 현판을 매입하였고 이를 봉안하기 위하여 요선정을 건립하였다. 이 정자는 수주면의 원씨, 이씨, 곽씨 등의 삼성이 조직한 요선계원들의 역사의식과 정성이 담긴 건물이다.

 

정자 앞에는 창건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삼층석탑이 하나 있고 고려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마애불은 암벽 위에 높은 부조로 불상을 새겼다. 전체적으로 힘이 넘치지만 균형이 맞지 않는 이 불상은 고려시대 지방 장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마애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요선정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미륵암이라는 작은 암자 앞마당에서 돌계단을 따라 강가로 내려가면 있는 요선암이다. 조선 중기의 명필 양사헌이 이곳 경치에 반해 ‘신선이 놀고 간 자리’라는 뜻으로 요선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요선암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거대한 암반지대이다. 구멍이 난 바위, 둥그렇게 돌려 깎여 나간 바위, 물결 모양의 바위 등 수많은 세월동안 바람과 물살이 만들어 낸 자연의 조각품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에 있는 요선정과 마애여래좌상은 답사객들이 간혹 찾는 한적한 곳이다.

요선정은 60m에 달하는 아득한 벼랑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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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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