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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기행

지붕 없는 미술관, 영월 ‘요리골목’



 

지붕 없는 미술관, 영월 ‘요리골목’

 영월초등학교 맞은 편의 영화 <라디오 스타> 주인공인 안성기, 박중훈 벽화

통영 동피랑과 고창 돋음볕마을은 벽화로 유명해졌다. 전국 곳곳에 많은 벽화마을이 생기면서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정선의 만항마을과 영월의 모운동도 벽화로 외지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 일대가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탄광촌이었고 폐광이 된 후 마을은 벽화로 단장을 하게 되었다.

  정원이 없는 집들에게 공동 정원을 마련하는 마음으로 화단을 조성한 '한평공원'

영월읍내에도 벽화거리가 있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리는 ‘요리골목’이 그곳이다. 요리골목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영월이 석탄 산업으로 성황을 이루던 시기에 탄광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이 깃든 공간이었다.

그러던 것이 89년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으로 탄광지역은 급격히 위기를 맞게 되고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이곳 요리골목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작가 이태준의 <영월영감> '소설의 벽'

영월군은 2006년부터 영월의 이러한 정체성에 공공디자인을 가미하여 지붕 없는 미술관을 만들었다. 이를 통한 문화마케팅으로 영월과 요리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어 예술의 거리로 다시 태어나게 하였다. 영화 ‘라디오 스타’도 여기에 한몫을 하였다.

 시인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시 조형물

이곳 벽화의 특징은 단순한 과거에 대한 화석화된 미술관이 아니라 이곳 역사인 탄광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을, 현재를 살아가는 요리골목 사람들의 이야기를, 미래에 살아갈 아이들의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 맛있는 국수인 벽화 '음식'

실제로 요리골목을 거닐다 보면 과거를 대변하는 광부의 초상화와 이 골목 일대를 중심으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모델로 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요리골목이라는 주제에 맞게 이곳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담아 ‘이야기가 있는 거리’를 만든 것이다.

 우리동네 사람들-'호호 아줌마', 실제 이 식당 주인 아주머니를 모델로 하였다.

이런 주제에 맞게 때론 화가들이 직접 참여하여 지붕 없는 미술관을 표방하면서 그림, 조형물 등의 작품들을 거리에 조성하여 보는 재미가 쏠쏠하게 하였다.

 꽃과 밥상보-밥상보 벽화

이 거리에서 여행자를 제일 먼저 반기는 건 환한 미소를 짓는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이었다.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잔잔한 감동을 준 주인공이었던 두 배우를 종합상가 벽화에서 만나게 되었다.

 유오성 조각상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둥근 모양의 접시를 한데 모은 벽이 나왔다.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여 만든 것이라 하니 보는 이의 가슴도 따뜻해진다. 벽 옆으로는 한 평의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정원이 없는 집들에게 공동 정원을 마련하는 마음으로 화단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광부를 그린 벽화 '과거'

특이한 것은 벽에 걸린 소설과 시이다. 철원 태생인 이태준 작가의 소설 <영월 영감>으로 소설의 벽을 만들었다. 맞은편에는 시인 안도현의 친필로 제작한 <너에게 묻는다>는 시 조형물이 보인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중에서

현재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인물을 그린 벽화 '현재'

 아이들의 미래 희망을 그린 벽화 '미래'

이외에도 다양한 벽화들이 있다. 요리골목에 어울리는 프라이팬을 든 고양이, 보신탕 간판에 앉은 개, 맛있는 국수를 젓가락질하는 벽화, 간판에 붙어 있는 음식 샘플 등이 있다.

어느 논술학원의 간판

 보신탕집 간판에 오른 개와 염소

또한 바둑판, 연탄, 장기판 모양의 의자들도 눈을 즐겁게 하고 전주를 이용한 그림도 재미가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사군자로 그려 아주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은 ‘오래된 기억’ 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영월 출신인 배우 유오성 조각상이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어느 식당의 간판

 이곳은 뭘까요?- '신속철거, 청소대행' 이라고 적힌 똘똘이자원이라는 업체더군요. 

한낮인데도 영하인 매서운 추위가 몸을 움츠러들게 하였지만 마음만은 훈훈하였다. 역사에서 모든 기록은 소수의 것이었다. 그것을 향유하는 층도 소수였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보았다. 우리네 부모들의 삶의 질곡을....... 때론 동네 누이처럼, 때론 이웃집 아저씨 같은 풋풋함을....... 우리네 자식들이 스스로 미래를 그려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주에도 그림을 그렸네요.

이 벽화거리는 2008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수상 “거리마당상”을 수상했다. 이야기가 있어 걷고 싶은 거리 “기억으로 그려내는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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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