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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타임슬립

섬진강 간이역과 기찻길-압록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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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과 압록 사진 왼쪽으로 흐르는 강이 보성강이다.

하동에서 구례를 지나 섬진강을 거슬러 오다 보니 어느새 압록에 이르렀다. 압록鴨綠. 섬진강이 외로워 보성강과 합류하는 곳이다. 두 강이 합류하는 곳이라 하여 예전에는 합록合綠이라 하였다. 그러다 400여 년 전 마을이 형성되고 강에 물고기가 많아지자 오리과의 철새들이 많이 날아들어 '합'을 '압'으로 바꾸어 '압록'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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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록역

이 지명을 따라 섬진강변 간이역인 압록역이 있다. 한 때 모든 직장인들을 일찍 귀가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이다. 5.18 이후 고현정이 끌려가던 인상적인 장면이 정동진이였다면 극중 김영애가 빨치산 남편의 재를 뿌리고 기차에 몸을 던진 곳이 바로 압록역이다. 정동진에 고현정 소나무가 있듯 이곳에는 김영애 소나무가 있다. 사실 10여 년 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 김영애의 스카프가 걸린 소나무는 이미 죽어 없었다. 지금은 이 소나무만 남아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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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모기가 없을 정도로 청정한 땅인 이곳에도 지리산의 슬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이곳에서 머지않은 구례 산동(요즈음은 산수유마을로 유명하다.)마을의 백순례가 이곳에서 죽음을 당하였다. 여순사건 부역혐의로 끌려간 셋째 오빠를 대신하여 19살의 꽃다운 나이에 처형을 당하였다. 영문도 모른 채,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지리산처럼 말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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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왼쪽이 백순례

'백부전'이라고도 불리는 이 처녀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여 한 초등학교 교사가 '부용가'를 지었고, '산동애가'가 불려졌다. 부용가는 작곡자가 월북을 하였고, 산동애가는 빨치산들이 많이 불렀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그후 이 지역 단체와 가수 안치환, 김원중에 의해서 여순사건 관련 노래들이 발표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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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록역과 김영애 소나무(?)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 아홉 꽃봉오리 피워보지 못하고
까마귀 우는 곳을 병든 다리 절어절어
다리머리 들어오는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 없이 스러졌네

잘 있거라 산동아 산을 안고 나는 간다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정을 맺어놓고
회오리 찬바람에 부모 효성 다 못하고
갈 길마다 눈물 지며 꽃처럼 떨어져서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 없이 스러졌네
                                                                               ------ '산동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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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역은 섬진강을 바로 옆에 끼고 있다.

압록역은 간이역 중 강변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이름나 있다. 새 역사를 짓기 전만 해도 맑은 섬진강가 짙은 숲속에 자리한 간이역이 고즈넉하니 한참을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지금은 생뚱맞은 새 역사가 들어서서 예전의 간이역 분위기는 사라지고 화물열차만 정신없이 이곳을 지나친다. 승객을 태우는 열차는 하루에 세 번 정도 이 간이역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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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성읍 기차마을

압록역에서 숨 한 번 고를 시간이면 가정역에 도착한다. 원래는 역이 없었는데 곡성군에서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 코스를 만들고 옛 증기기관차를 곡성역에서 이곳까지 운행하면서 만든 임시역이다. 지금은 자전거 대여소가 당당하게 서 있지만 예전에 자전거를 탈려면 미리 곡성군에 전화를 해야 했다. 그러면 곡성군에서 직원이 나와 자전거를 빌려주는 식이었다. 휴일날 자전거 때문에 이곳까지 와야 하는 직원한테는 미안한 일이었으나 그때만 해도 찾는 이가 거의 없어 섬진강을 독차지하며 달리던 자전거 맛은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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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마을 옆 영화, 드라마세트장

골짜기가 깊어 농사를 지을 땅도 부족한 이곳에서, 성공한 사업이 섬진강 기차마을과 자전거마을이다. 곡성읍의 옛 역터를 살려 레일바이크를 만들고 곡성읍과 가정마을을 잇는 철로에 옛 기관차를 운영하여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섬진강을 따라 기차를 타는 이 코스는 단연 최고의 기찻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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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역사였던 한국 현대사에 어디라도 아픈 곳이 없겠냐만은 지리산과 섬진강만큼 생채기가 큰 곳은 없으리라. 아내와 아이를 기차에 태워 주고 도망치 듯 도림사로 혼자 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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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역과 섬진강 자전거마을 전경 다리 왼쪽이 가정역이고 오른쪽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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