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목길 기행

전주한옥마을 제대로 보려면 오목대를 올라야.......


 

전주한옥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오목대


 

 전주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한옥마을을 떠올린다. 고도 전주의 상징인 한옥마을은 전주 풍남동 일대에 700여 채의 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전통 한옥마을이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이곳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해된다.


 

 경기전, 오목대와 이목대, 향교 등 중요 문화재와 각종 문화시설이 산재한 한옥마을은 전주만의 독특한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한옥마을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전통가옥이 밀집된 골목을 따라 걷는 것이다. 각종 문화공연과 막걸리 등을 시음할 수 있는 전통술 박물관, 전통 공예품을 전시한 전시 등을 둘러보는 맛은 옛 기억으로의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자는 골목길을 뒤로 하고 오목대를 오르기로 하였다. 경기전에서 남동쪽으로 500미터 정도 떨어진 나지막한 언덕 위에 오목대가 있다. 예전에는 이목대가 있는 승암산과 이어져 있었다고 하나 전라선 부설 공사로 맥이 끊겼다. 대신 지금은 오목교라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오목대로 오르는 길목에는 오래된 고목 한 그루가 있어 여행자를 맞이한다. 여행자가 왜 오목대를 오르려고 하는지 묻기라도 하려는 듯 길게 가지를 뻗어 살며시 손을 잡는다.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오목대 이목대를 보는 것도 목적이지만 여행자는 실은 전주한옥마을의 지붕을 보고 싶어서였다. 한옥의 지붕선이야 아름답기로 더 보탤 말도 없지만 700여 채의 지붕이 한꺼번에 군무를 추면 어떤 모습일지가 몹시 궁금하였다. 그래서 오목대를 택하였다.


 

 오목대가는 길은 나무로 통로와 계단을 만들어 이용하기도 편리할뿐더러 방문객들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한 10여 분 남짓 오르니 이내 오목대이다. 이미 잎을 떨어뜨린 잘생긴 배롱나무 두 그루가 비각을 향해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오목대는 고려 우왕 때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돌아가던 중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지금은 고종이 직접 쓴 “태조고황제주필유지太祖高皇帝駐畢遺址라는 비문을 새겨 놓은 비가 있고 누각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오목교를 건너면 이성계의 4대조 이안사의 출생지로 알려진 이목대가 있다. 이곳 일대는 오래전부터 전주 시민의 휴식 공간이 되어 왔다.


 

 누각에 오르니 한옥마을 일대가 펼쳐진다. 다만 아쉬운 것은 왼편으로 나무가 무성하여 한옥마을의 전경을 다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각 아래의 층계를 내려오니 한옥마을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오니 한옥마을의 지붕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고층 빌딩과 한옥,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시가지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하였다. 비슷비슷한 형태의 지붕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조각군을 이룬 듯하다. 예전 북경의 경산에서 자금성을 내려다본 기억이 얼핏 났다. 인간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신의 영역에 가까운 자금성은 삭막했지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주의 한옥 지붕들은 살갑게 느껴졌다.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 오목대를 내려왔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