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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길 위의 사람들

눈물로 봉화산 정토원 오른 90세 할머니


 

눈물로 봉화산 정토원 오른 90세 할머니






 정토원 오르는 길은 추모하는 인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내려오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이 뒤엉켜 잠시 길을 비켜서기도 했지만 추모객들은 차분한 심정으로 질서정연하게 정토원을 찾았습니다. 어린 꼬마부터 젊은 연인들,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정토원을 찾았습니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와 따가운 뙤약볕도 국민들의 추모 의지를 꺽지는 못하였습니다.



 정토원에 모셔진 고인을 참배하기 위하여 잠시 줄을 섰다가 수광전 법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고운 국화꽃 한 떨기 드리고 절을 하려는 찰나였습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아이고오, 이기 무슨 일이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흐느끼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부축을 받고 있는 할머니였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할머니의 건강이 염려되어 할머니를 위로하고 절은 하지 마시라고 당부를 하였습니다. 모두들 절을 하는 동안 할머니의 신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와 법당 분위기가 숙연해졌습니다.



 법당 밖으로 나오니 할머니는 자제분들에게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앉아 있었습니다. 할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놀랍게도 할머니의 연세는 아흔(90세)이었습니다. 김해시 내동에 사시는 할머니는 고인이 돌아가시고 난 직후에 바로 오시려고 했으나 워낙 고령이시라 주위에서 만류하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기어이 가시겠다고 하시어 오늘에서야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인이 돌아가시던 날 손녀가 할머니께 달려왔다고 합니다. 고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걸 손녀를 통해 알았다고 합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할머니는 그때를 떠올리며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내가 삼일 밤낮으로 울었어. 엔간이(웬만큼) 해야지. 그리 쑤시사모 누가 안죽고 배기나. 해도 해도 너무 했는기라. 내가 너무 원통해서.......”



 이야기하는 내내 할머니는 침통한 표정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연세가 많아서 산길로 정토원을 오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순경(경찰)에게 부탁하고 또 부탁하여 정토원 주차장까지 곧장 가는 길로 겨우 들어왔다고 하였습니다. 주차장에서 자제분들이 할머니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휠체어를 매는 힘겨운 수고로움이 있고 나서야 수광전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이런 꼴을 안봐야 되는디...... 큰 자식도 얼마 전에 먼저 보냈는디. 대통령까지.......” 할머니의 흐려지는 말씀에 가슴 아래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습니다. 할머니의 두 손을 꽉 잡았습니다. “ 할머니 무슨 말씀을요. 오래 오래 사셔서 좋은 세상을 봐야지요.” 할머니는 저에게도 한마디 합니다. 좀 배운듯하니 배운 사람들이 잘해야 나라가 잘된다는 당부의 말씀을 남기더군요.

 할머니 곁에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슬픔이 깊어질까 염려되어 자원봉사자에게 할머니를 부탁드리고 봉화산 정상을 향해 내달렸습니다.(2009.6.6-김해시 송영효 할머니 인터뷰)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