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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테마가 있는 여행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절집 12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절집을 기웃거리게 된다. 종교의 믿음을 떠나 마음을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산사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의도된 행보는 아니더라도 산사와 암자를 찾는 일이 잦은 편이다. 일상에 찌든 육신과 복잡한 정신을 잠시나마 턱하니 벗어 던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각 도의 대표적인 사찰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절집들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불국사, 부석사, 송광사, 통도사, 해인사, 선운사, 법주사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절집들은 제외하였다. 사실 이러한 대찰들은 사색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곳이여서 여행보다는 관광에 더 걸맞는 절집들이기 때문이다. 여주 신륵사와 남양주 수종사를 제외하고는 나름 한적한 곳을 선정하였다.



동방사찰 제일의 전망 수종사 - 경기도 남양주
양주땅 수종사. 남한강과 만나기 직전의 북한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운길산에 있다. 지금은 남양주지만 예전에는 인근의 양주, 구리, 남양주, 의정부가 모두 양주땅에 속하였다. 송촌리 마을에서 운길산을 올려다 보면 수종사가 산꼭대기에 까마득하게 걸려 있다. 산은 그닥 높지 않지만 강변 가까이 우뚝 솟아 있어 그윽한 정취가 있다. 절 아래로 북한강과 양수리가 펼쳐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다만 아쉬운 것은 수도권에 있어 차와 사람이 뒤엉켜 난리도 이런 법석이 없다.



 아름다운 강변 사찰 신륵사-경기도 여주
절마당 앞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은 여강으로도 불리던 남한강이다. 앞은 강, 뒤는 숲, 옆은 안벽岸壁이라 불리는 절경에 신륵사는 자리하고 있다. 신륵사가 강변 사찰의 으뜸이라는 건 강월헌에 올라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바위 위에 우뚝 솟은 삼층석탑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다. 남한강이 굽어 보이는 강월헌은 안개와 바람, 햇살이 멈추는 곳이다. 그 옛날 조포나루에서 강을 건너 신륵사로 들어갔다 하니 얼마나 운치가 있었겠는가. 아름다운 강변 풍경을 자랑하는 신륵사를 오늘 다시 보니 세월이 무상하다. 한적하던 분위기도 잠시 한 무리의 인파들이 모여 들어 절집은 정신이 없다.


장쾌한 오대산을 품고 있는 상원사-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비포장길을 따라 가면 상원사다. 보기 드문 비포장 흙길은 끝도 없이 깊은 산중으로 이어진다.월정사의 말사인 상원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수보살상을 모시고 있는 문수신앙지이다. 기록에 의하면 효명태자(성덕왕)가 왕위에 올라 재위 4년 만인 705년에 진여원眞如院지금의 상원사터에 창건하면서 문수보살상을 봉안하였다고 한다. 그후 왕위 찬탈 등으로 인해 종기를 심하게 앓고 있던 조선 세조가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문수보살을 만나 병을 치유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질박함이 아름다운 개심사- 충남 서산
가야산의 한 줄기인 상왕산 기슭에 개심사는 자리하고 있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원래는 개원사라 하였는데, 1350년에 처능이 중건하면서 개심사로 바꾸었다. 개심사에 가면 꼭 봐야 할 것이 있다. 울창한 수림. 연못과 수련. 배롱나무. 제멋대로 휘어진 범종루와 심검당, 무량수각의 기둥과 대들보. 다포계지만 주심포양식이 절충된 대웅전. 명부전의 목조 지장보살상과 흙으로 빚은 시왕과 역사상. 산신각에서 내려다보는 개심사 전경. 삼화목장(농협중앙회 가축개량사업소)의 초원과 소떼들. 이왕이면 여름보다는 가을이 좋다. 개심사가 있는 상왕산은 그닥 높지 않은 산이라 여름에는 무덥고 습도가 높아 절집의 깊은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영국사 은행나무 수령 1,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산 좋고 바람 맑은 영국사-충북 영동

절로 가는 길은 절로 흥이 난다. 물 좋고 산 좋고 바람마저 좋다면 굳이 절집까지 이르지 않아도 좋다. 영동 천태산 영국사 가는 길이 그러했다. 발에 감기는 흙길의 느낌이 좋을 쯔음 천연덕스런 돌계단이 비탈길을 대신한다. 물소리가 지척에서 들리고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마저 감미롭다. 일상의 지루함은 바람에 날려 버리고 세상사의 혼탁함은 흐르는 물에 보내 버리면 그만이다. 전라도 절집가는 길이 계곡으로 난 평온한 길이라면 경상도 절집 가는 길은 산세만큼 조금은 가파르다. 이곳 영국사 가는 길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절집가는 길을 반반 섞어 놓은 듯 하다. 흙길과 돌길, 계곡 암반과 앙증맞은 다리, 평탄한 듯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청풍호반의 제일 전망대 정방사 - 충북 제천
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정방사는 금수산 자락 신선봉에 있는 사찰이다. 신라 문무왕 2년인 662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 의상대라  불리는 천길 낭떠러지에 위치한 절의 자리매김은 실로 놀라울 뿐이다. 부석사처럼 의상대사가 세운 절은 항상 장쾌하면서 풍광이 빼어난 곳에 있다. 경남 고성의 문수암이 남해 쪽빛 바다의 전망대라면 이곳 정방사는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꽃비 흩날리는 고적한 산사 화암사- 전북 완주
누구나 한번쯤 꿈꾼다. 골을 휘돌아 떨어지는 맑은 물소리와 이따금 들려오는 새소리, 인적 하나 없는 오솔길을 거닐다 천길 벼랑을 넘으면 다시는 세상과 만날 수 없는 곳, 깊은 적막만이 흐르는 산속 절집 대청마루에 하염없이 앉아 햇볕을 쬘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전국의 내노라하는 절집과 암자를 다녀 보았지만 그것은 풍문일 뿐 오직 화암사가 그러했다. 듬성듬성 있는 마을  몇 곳을 지나 깊은 산속 깊숙이 화암사는 숨어 있다. 절집 앞에 늘 있던 그 흔한 식당도, 무슨 모텔도, 조그마한 가게조차 없는 무심한 절집, 화암사 가는 길은 처녀길이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 600여미터에 달하는 이 숲길은 해방 직후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내변산의 관문 내소사-전북 부안
월명암 건너편 산자락에 앉은 내소사는 내변산의 관문이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때 세워진 고찰. 원래 이름은 소래사라고 한다.
내소사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전나무 숲길이야 절로 가는 길이니 놓칠리 없겠지만
대웅전 꽃창살과 대웅전 내 불상 뒤의 백의관음보살상이다. 또한 천왕문 좌우의 낮은 담장을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이다. 봉래루의 천연덕스러운 주춧돌과 기둥들, 땅 높이가 다른데도 지형을 그대로 살린 설선당의 2층 건물도 교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아무래도 시간과 여력이 있다면 청련암, 직소폭포, 월명암에 이르는 산길을 가야 내소사를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전나무 숲길이 끝나는 시점 천왕문 가기 전에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연못 옆의 작은 실개천을 건너면 부도전이 있는데, 그 중 탄허스님이 흘림체로 호쾌하게 쓴 해안스님의 부도비"해안범부지비(海眼凡夫之碑)" 가 단연 눈에 들어 온다.



달마산의 아름다운 산사, 미황사 - 전남 해남 
미황사는 내가 좋아하는 절집 중의 하나이다. 금강산이 바다를 만나기 직전 마지막 숨을 토하듯 이룬 곳이 바로 달마산이다. 금인金人이 인도에서 돌배에 불상과 경전을 싣고 와서 금강산에 절을 지어 봉안하려 하였으나 이미 많은 절이 있어 의조에게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가 소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지으라고 하였다. 길을 가던 소가 큰 소리로 울며 멈춘 곳이 오늘날 미황사 자리이다. 소울음 소리가 아름다워 '미'자와 금인을 의미하는 '황'자를 써서 미황사라 하였다고 한다. 이 창건설화는 종래의 고구려를 통한 불교 북방전래설에 배치되는 바다로부터의 남방전래설을 한층 설득력있게 한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는 곳, 청량사-경북 봉화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퍽이나 어울리는 절이다. 연화봉 아래 연꽃처럼 둘러처진 꽃술자리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청량사!!
항상 가고 싶다고 되뇌이던 그곳, 경북 봉화땅 청량산  청량사. 그 이름 만큼이나 청량하다. 딱히 알고 싶은 것도 없고 딱히 속된 말도 필요 없는 그저 깊은 숲과 푸른 계곡이 좋아 머물고 싶은 곳이 바로 청량사다.


#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95호) 다소 둔탁한 느낌은 있지만, 그 멋진 위치 선정으로 인해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부처이다.

타이타닉 부처와 아홉마리 용의 전설을 간직한 관룡사-경남 창녕

창녕하면 대부분 부곡온천을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근래에는 한국 최대의 습지인 '우포늪'과 화왕산 억새로 더 알려진 고장이다. '메기가 하품을 해도 물이 넘친다.'는 우포늪이 물의 상징이라면 화왕(火旺)산은 말 그대로 불의 상징이다. 물과 불의 기운이 조화로운 땅이 바로 창녕이다. 관룡사는 큰 절은 아니지만, 화왕산의 수려한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고졸한 산사이다. 관룡사를 방문해서 꼭 가보아야 할 곳이 용선대이다. 거대한 바위 벼랑 위 앞이 탁 트인 곳에 위치한 용선대는 영화 "타이타닉'의 배와 주인공에 비유되어 세간 사람들은 '타이타닉'부처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리산의 하늘정원, 서암정사
서암정사는 인근 벽송사의 주지였던 원응 스님이 6·25전쟁 때 지리산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1989년부터 조성했다고 한다. 이 산중의 정원은 기존의 절에 대한 생각을 일시에 바꾸어 버린다. 최근에 지어진 절이지만 지리산 속에 이처럼 아름다운 절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벽송사가는 길목에 있으며, 갓난아이도 함께 가기 좋을 정도로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절집이 있다.

정방사 지장전에서 본 청풍호반



산중에 무엇이 있을까
산마루에 흰 구름 많이 머물러 있구나
다만 나 홀로 즐길 수 있을 뿐
그대에게까지 바칠 수 없구나
                                       ------ 법당과 유운당에 걸려 있는 싯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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