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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지리산 호숫가 옆 작은 암자, 감로암

 

 

 

 

 

 

지리산 호숫가 옆 작은 암자, 천은사 감로암

 

지리산 천은사는 화엄사의 유명세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고즈넉한 사찰이었다.

 

 

번다한 화엄사에 비해 깊은 고요가 있는 천은사는 마음 한 자락 내려놓는 산사였다.

 

 

‘고요히 앉아 궁구하고 있는 내 마음이 부처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는 깨달음이 절로 생기는 곳이었다.

 

 

이처럼 맑고 호젓했던 천은사는 근래에 입장료 문제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 되어 버렸다.

 

 

천은사를 휘 둘러보고 호숫가 감로암에 들렀다. 스님은 간데없고 주인 떠난 자리에 개만 짖어댄다.

 

 

객 홀로 암자를 서성이다 산문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곳이 다시 출발점이다.

길을 떠난 선재동자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그제야 스님 한 분이 암자로 향한다. 그를 따를까 하다 발길을 돌린다.

 

 

수홍루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이 세찼다. 암자를 나와 호숫가에 앉았다.

15세기 인도의 시인 까비르의 시를 읽는다.

 

물속의 물고기가 목말라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웃는다.

진리는 바로 그대 안에 있다.

그러나 그대 자신은 이것을 알지 못한 채

이 숲에서 저 숲으로 쉴 새 없이 헤매고 있다.

여기,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진리를 보라.

그대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보라.

이 도시로 저 산속으로

그러나 그대 영혼을 찾지 못한다면

세상은 여전히 환상에 지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