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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4형제가 모두 출가한 수도암 스님

 

 

 

 

 

4형제가 모두 출가한 수도암 스님

 

수도암은 호방한 무인의 기질을 가진 암자다. 지리산 암자 중에서 이처럼 호방한 기운을 지닌 암자가 또 있을까.

 

 

어찌 보면 아주 투박해 보이는 건물과 지나치게 크고 과장된 담장이 생경스럽기는 하지만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암자 앞으로 펼쳐진 광활한 풍경을 염두에 둔다면 그 투박하고 과장됨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내면의 동의가 절로 생겼다.

 

 

 

푸른 눈의 외국인이 법당에서 나왔다. 그 옆으로 스님 한 분이 나란히 계단을 내려온다. 큰스님이 계시던 곳이라고 했다. 큰스님은 화엄사 주지를 지냈던 평전 종수 스님이다. 종수 스님의 글귀가 법당 왼쪽과 뒤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저 멀리 허공을 스님 한 분이 걸어 나온다. 스님께 암자를 멀리 휘감고 있는 산들에 대해 물었다. 스님은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계산, 동리산, 모후산, 무등산이라고 했다.

 

 

스님의 법명은 철우. 철우 스님은 4형제가 모두 출가했다고 했다. 장남인 자신이 제일 먼저 출가하고 5년이 지나 둘째가 출가를 해서 4형제 모두 불교에 귀의하여 수행자가 됐다. 셋째는 동화사 종정 스님의 상좌로, 철우 스님과 나머지 두 형제는 이곳 수도암에서 정진 중이다.

 

 

수도암에는 모두 9명의 스님이 있다.

 

“얼마 안 됐어요. 법랍이 겨우 30년이요. 50년은 돼야 절밥 먹었다 하지. 30년으론 어림도 없어. 오늘은 바빠서 안 되겠고 다음에 차나 한 잔 합시다.”

 

 

 

깨달음을 얻은 후 붓다도 아들과 이모 등 친족이 출가했고, 부설거사도 부인인 묘화와 아들 등운, 딸 월명이 출가했고, 26살 때 손가락 네 개를 불에 태워 소신공양할 정도로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걸었던 일타 큰스님의 일가친척 41명도 출가했지만, 근래에 4형제가 모두 출가한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