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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책 보따리를 기억하시나요?

 

 

 

 

 

책 보따리를 기억하시나요?

 

며칠을 벼른 끝에 강 건너 헌책방에 갔습니다. 진주에 있는 소소책방입니다. 오랜만에 주인장을 뵈었더니 아 글쎄, 제가 오면 줄 거라고 책 한 권을 그냥 건네는 게 아닙니까. 몇 번이나 사양을 했지만 저에게 꼭 필요할 것 같아 챙겨두었다고 해서 끝내 받고 말았습니다. 운주사에서 1982년에 초판이 나온 <명산고찰따라>입니다. 당시 우리나라 곳곳의 사찰과 암자의 지도와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두 15권의 책을 샀습니다. 저에게 있어 한 번에 많은 책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읽을 만큼만 사고 산 것은 끝까지 읽는 것이 저의 독서습관이라 대개 한두 권에서 많아야 서너 권 정도 산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작정하고 다량 샀습니다. 12월에 읽을 책으로 골랐습니다. 아무래도 책 읽기에는 겨울이 가장 좋겠지요. 지금 아침에 읽고 있는 책과 저녁에 읽고 있는 책 두 권은 이번 주면 책장에 꽂힐 테죠.

 

 

한 아름의 책을 계산대에 올렸습니다. 느릿하게 계산하던 우리 주인님이 책이 많으니 싸주겠다고 했습니다. 한두 권이면 달랑 들고 가겠지만 선물로 받은 책까지 열일곱 권이니 그럴 수밖에요. 근데 쥔장이 책을 넣어준 건 그 흔한 쇼핑백도, 비닐봉지도 아닌 보자기였습니다. 문득 어릴 적 보자기에 책을 싸서 몇 개월 학교를 다닌 기억이 났습니다. 아주 야물게 책을 싼 쥔장이 책 보따리를 건넸습니다. 참, 흐뭇하더군요. 아내도 책 보따리를 보더니 즐거워했습니다. 마음 따뜻한 책가방이었습니다. 서재에 책을 부리고 보자기는 다시 풀어 고이 접어두었습니다. 다음에 돌려드리려고요.

 

사설이 길었네요. 이번에는 주로 불교서적을 샀습니다. 나오는 길에 눈에 띄어 낚아챈 뿌리깊은나무의 <한국의 발견, 강원도 편>을 빼고는요. 그리고 효봉 선사의 자취를 쓴 법정 스님의 <달이 일천강에 비치리> (4판, 1986년)를 또 선물로 받았답니다. 오늘, 원문이 실린 만해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 돈황본 육조단경, 신심명, 서산대사의 선교결이 실려 있는 <선림보전>, 라즈니쉬의 <달마어록>, <한국불교사개설> 등을 구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12월에는 이 책을 양식으로 삼아서 정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