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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천년

지리산 벽송사 미인송과 도인송

 

 

 

 

지리산 벽송사 미인송과 도인송

 

지리산 골짜기에 벽송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조선 선불교의 종가로 선풍을 날리던 도량입니다.

 

 

깊은 산중임에도 절집의 앉음새가 넉넉합니다.

단청을 하지 않은 검박한 전각들 뒤를 오르면 널따란 공터가 있습니다.

승탑 몇 기와 삼층석탑이 있는 이 공간에 서면

그 옛날 벽송사가 원래 어떠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산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기슭에는

오랜 세월 절의 성쇠를 보아온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있습니다.

‘미인송’과 ‘도인송’입니다.

 

 

한 그루가 넉넉하게 잘 자랐다면

나머지 한 그루는 기울어져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도인에게 연정을 품었던 미인의 유혹에도

도인이 흔들림 없이 도에만 전념하자

미인도 연정을 버리고 사모와 존경으로

도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수도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이야 하루아침에 쉬 가라앉을까요?

자꾸만 기우는 마음이야 어쩔 도리가 없겠지요.

그 위태한 마음을 도인송이 받쳐주고

미인송은 아슬아슬한 마음을 단속하며 도인송을 감싸 안습니다.

 

 

두 소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 벽송사가 어떤 절인가를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하얀 토끼풀이 빈터를 가득 채웁니다.

한국전쟁 때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쓰인 탓에 몽땅 불타버렸던 벽송사,

그 아픔을 기억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흔하디흔한 이 토끼풀이 먼 나라 아일랜드에서는 나라의 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