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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천년

지리산둘레길 할머니와 500살 당산나무

 

 

 

지리산둘레길 할머니와 500살 당산나무

- 함양군 마천면 의중마을에서


 

서암정사에서 이어지는 의중마을 가는 길은 옛날 마을에서 벽송사를 오가던 산길이었다. 아스팔트길이 놓이고 한동안 버려졌던 이 산길은 둘레길이 열리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숲길의 청량함도 좋거니와 소란스런 차량을 피해 계곡 물소리를 멀찌감치 들으며 걷는 이 길은 보물 같은 숲길이다. 벽송사에서 의중마을까지는 2.1km, 서암정사에서는 1.5km 거리에 있다. 평탄한 숲길이어서 마을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산자락에 포실하게 안긴 의중마을 언덕에는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다. 그중 한 그루는 무려 나이가 500살이나 되었다. 나무의 높이가 25m, 둘레가 4.5.m에 달한다.


 

마침 할머니 한 분이 느릿하게 비탈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강영숙 할머니는 17살 때 백무동 강청마을에서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고 했다. 할머니의 집은 느티나무에서 바로 내려다보였다. 55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할머니는 작년 추석 안날에 할아버지를 잃었다. 마을에 둘레길이 열리고 TV에 자주 나왔다는 할머니는 비료부대를 등에 지고 논일을 나가는 중이었다.


 

지금은 둘레꾼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 의중마을의 느티나무는 수백 년 동안 마을의 안녕을 지켜왔던 당산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