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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기행

신들의 집합소, 짜오를 던져라!

 

 

 

신들의 집합소, ‘짜오’를 던져라!

-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타이베이 롱산쓰(룽산사, 용산사)


 

 

타이베이 MRT 롱산쓰 역에서 내리면 코 닿을 거리에 롱산쓰(용산사)가 있다. 뱀 골목으로 유명한 화시제야시장과도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화려한 채색이 되어 있는 공포 양식의 긴 담장을 따라 걸으면 곧장 절 입구에 다다른다.


 

타이베이 시 도심에 있는 롱산쓰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사원이라고 한다. 청나라 때인 1738년에 중국 복건성 이주민들이 지었으나 소실되었다. 본당이 소실되었을 때도 관음보살상은 손실되지 않아 영험한 불상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건물은 2차 세계대전 뒤인 1957년에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사원의 밖에서와 마찬가지로 안에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늦은 저녁인데도 사원의 바깥마당은 북새통이다.



 

건물은 온통 용 조각이다. 용마루에는 용 두 마리가 하늘을 금방이라도 오를 기세였고, 붉은 여의주가 불쑥 솟아 있다.


 


 

마당 한구석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어디를 가도 붙어 있는 경고문. 돈을 던지지 말고,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는 의미로 보인다.

 

 

롱산쓰라는 현판을 확인하고 오른쪽 문으로 들어갔다. 중앙문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주로 오른쪽 문으로 들어갔다가 왼쪽 문으로 나오는 동선이었다.


 

입장료는 별도로 없었다. 다만 향을 팔고 있었다. 대만 돈으로 10원이었다.

 

 

사원 안으로 들어서니 지금과는 또 다른 풍경. 향불을 피우며 기도하는 이들로 절 마당이 가득 찼다. 이따금 들리는 목소리는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입구에서부터 기도하는 이들이 보인다.

 

 

제단에는 음식물들이 올려 있다. 법당 안 불단에 음식을 올리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절에서 준비한 음식이 아니라 개인이 준비해서 음식을 공양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먼저 물건의 생김새가 독특했다. 반질반질한 반달 모양의 이것은 ‘짜오’였다. 도교에서 점괘를 볼 때 쓰는 나무 조각이다. 반달 모양의 이것을 세 번 던져 서로 다른 모양이 나와야만 바로 옆에 있는 서랍에서 점괘를 꺼내 볼 수 있다.

 

 

본전을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우며 절을 하거나 기도를 한다.



밤이 깊어가는 데도 더욱 간절하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 여행자도 잠시 눈을 감았다.



한쪽에는 책들이 쌓여 있다. 몇몇 사람들은 선 채로 책들을 들여다본다.


 

향내 가득한 사원과 기도하는 이들, 책을 읽는 이들이 묘하게도 한데 잘 어우러진다.



지붕뿐만 아니라 기둥에도 용이 조각되어 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많은 조각들이 놀랍기만 하다. 특이하게도 구리로 만든 기둥인 동주와 고동색의 승천하지 못한 용인 반룡을 볼 수 있다. 여러 마리의 용 조각들은 휘황찬란하여 생기가 넘치는 데다 화려하기 그지없다. 용 뒤에는 역사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춤추는 모습을 새겨놓아 더욱 놀랍다.


 

본전에는 관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비롯해 사해용왕, 18나한 등이 있다. 관음보살을 주신으로 모시고 있다.

 

 

본전을 돌아 뒤로 가본다. 후전에는 많은 신들이 모셔져 있다. 이곳 롱산쓰의 후전은 별도로 여러 신들을 함께 모셔 두고 있어 신들의 집회소라 불리기도 한다. 전형적인 타이완 사찰로서 도교, 불교, 토속신, 즉 관음보살, 마조, 관우 등을 함께 모시고 있어 각 종교의 색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


 

 

그중에서도 여행자의 관심을 끈 건 ‘천상성모’라 불리는 마조. 마조는 항해의 안전을 지키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배를 이용하여 교역하는 화교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신이란다. 대만에서 마조 신앙은 유별난데, 마조는 여러 신들 가운데서도 옥황상제만큼 인기가 높다고 한다. 동남아시아와 인도네시아, 심지어 일본까지 마조의 사당이 있을 정도이다. 화교의 해외 진출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낮에도 물론이거니와 저녁 퇴근길에 대만인들은 롱산쓰에서 간절한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건물을 지을 때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롱산쓰는 불교, 도교, 민간신앙이 어우러진 독특한 사원이다. 몸이 아픈 이들은 화타신선에게, 시험을 앞둔 이들은 문창제군에게, 바다의 여신 마조에게, 장사의 신 관우에게, 제각기 기도를 한다.

 


 

화려한 불빛과 불상들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방의 낯섦과 신앙의 경외를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




※ 대만인들이 그러하듯, 바다의 여신 ‘마조’에게 간절히 빕니다. 아직 세월호에 남은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그 어린 학생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