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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빵 터진 초딩 딸애의 애교 만점 편지





빵 터진 초등 딸애의 애교 만점 편지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 딸애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3학년을 마무리하고 4학년에 올라가면서 부모님께 쓴 편지였습니다. 물론 우편으로 도착했더군요. 아내가 먼저 읽고 폭소를 터뜨려서 저도 읽어 보았답니다.



“부모님께

안녕하세요. 부모님, 저 OO예요. 편지로 쓰니깐 조금 쑥스럽네요. 지금까지 말썽을 많이 피운 것 같아요. 근데 올해 2014년 1월부터 지금까지 말썽피운 것 없는 것 같아요.”

 

여기까지는 여느 초등학생들의 편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부탁드릴 게 있는 데요. 여행은 많이 가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여행을 좀 많이 가는 편이잖아요. 보통 가족처럼 그렇게 여행을 적당히 가면 좋겠다는 저의 생각이에요.”

 

사실 이 대목에서 움찔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여행자이다 보니 아내와 딸도 남들보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혼자 갈 때도 있지만 같이 동행할 때가 많은데, 이제 다 커버린 딸아이는 주말에 여행 가는 걸 무지 싫어하더군요. 요즈음은 자기도 스케줄이 있다며 친구와의 약속을 잡고는 아빠 혼자 가면 좋겠다거나 우리 부부끼리 가라고 합니다. 당돌하지요. 그래도 부모 따라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TV를 보면 “아빠, 저기 거기네.” 하며 촬영장소를 바로 알아채거나 “노을이 참 멋지네!” 하며 아이답지 않게 드라마 속의 풍경에 대해 남다른 해석(?)을 하기도 한답니다.

 

“저는 4월 달을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모네 가족과 함께 대만을 3박 4일로 가기로 했잖아요. 제가 난생처음으로 외국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라서 설레고, 한편으론 좀 불안해서요. 내 마음에 들지 좀 불안해요.”

 

아마 외국여행이 처음인데다 또래의 조카들도 같이 가니 놀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나 봅니다. 그러면서 불안하다며 능청을 떨고 있지요.

 

“그리고 제가 바라는 점은 용돈이 1000원인데 500원만 올려주면 안 될까요? 하하하~ 그럼 앞으로 말썽 안 피울 게요. 안녕히 계세요~”

 

이쯤에서 빵 터졌습니다. 결국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감추고 있던 용돈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꺼내는 것이 애교 만점입니다. 결국 엄마의 완고한 반대에 부딪혀 용돈 협상은 무참히 무시되었지만, 이 편지로 한바탕 즐겁게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