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장과 사람

전국 최대 오일장 정선오일장 직접 가보니

 

 

전국 최대 오일장, 정선오일장 직접 가보니

 

오일장. 오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시골의 장은 언제부턴가 사람들에게 현실의 추억여행지로 떠올랐다. 시골까지 침투한 대형 마트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훈훈한 정이 느껴지는 오일장은 이제 더 이상 불편한 시골의 장이 아니라 누구든 찾고 싶은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아마 오일장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정선오일장이 아닐까 싶다. 전국 최대 규모의 민속장이자 재래시장인 정선오일장. 대처도 아니고 강원도에서도 오지인 이곳이 오일장의 메카로 떠오른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예전부터 이곳에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번에 들르게 되어 그 명성과 오일장이 유지되는 비결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태백에서 정선으로 가는 길. 정선 읍내가 가까워지자 곳곳에서 오일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등장한다. 산골짜기 외진 곳에서 열리는 시골 오일장이 아니라 정선군 전체가 이 오일장에 온힘을 기울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 디딜 틈 없는 정선오일장

 

메밀전 등을 부치고 있는 시장 풍경

 

 

 

여느 시골의 오일장과는 달리 강변에는 대형 주차장까지 구비해 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기에 수백 대를 세우고도 남을 넓은 주차장이 있단 말인가.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었다, 강변주차장에서 강둑길에 올라서니 벌써 시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람들이 하나둘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시장 입구에 이르자 불통이 될 정도로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장터문화마당에선 장날마다 각종 공연이 열린다.  떡메치기 공연 장면

 

 

 

 

정선오일장은 1966년 2월 17일에 개장한 시골장터다. 2일과 7일에 장이 선다. 매월 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에 열려 총 52회가 열리며 4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주말장이 열린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이곳 일대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 감자, 황기, 더덕, 마늘 등의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 감자송편 등 토속적인 멋거리도 맛볼 수 있다.

 

 

 

곤드레 등 각종 나물

 

뿐만 아니라 장터에선 마술공연, 정선아리랑, 밴드공연, 떡메치기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여행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장터 광장에선 떡메치기 행사가 벌어져 왁자지껄했다. 장터문화마당에서 열리는 문화공연은 정기 오일장에는 11시부터 15시까지, 주말장에는 12시부터 15시 30분까지 열린다.

 

 

 

강원 내륙의 오지에 자리한 정선오일장은 처음에는 인근 산골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생필품을 사고파는 작은 규모의 장이었다. 그러다 전국 최대의 민속장으로 각광을 받은 건 천혜의 자연조건에다 주위 관광지와 연계한 체험여행코스가 널리 알려지면서부터다.

 

 

 

정선군은 철도와 연계하여 정선오일장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고 1999년 3월부터 서울 청량리역에서 '정선5일장 관광열차‘가 운행되도록 힘썼다. 기차는 아침 8시 10분에 청량리역을 출발하여 원주역, 제천역, 예미역, 민둥산역을 거쳐 11시 59분에 정선역에 도착한다. 정선역에서는 시티투어버스로 장터까지 이동한다.

 

시장에선 각종 장아찌와 나물들을 시식할 수 있다.

 

7,600㎡의 면적의 시장에는 230여 개의 상점과 160여 개의 길거리좌판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특별열차를 운행하여 재래시장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지역특산물의 상품화, 각종 문화행사와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성 등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아 명실공히 전국을 대표하는 오일장이 됐다. 그리하여 한 해에 수십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된 것이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이곳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어보지 않을 수 없겠다. 시장 입구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점과 노점마다 널려있는 나물들. 강원도의 대표 나물이라 할 수 있는 곤드레부터 곰취, 취나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사람 구경, 나물 구경을 하며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강원도 대표 음식들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곤드레 밥은 물론이거니와 그 유명한 별미 올챙이국수, 콧등치기 국수를 맛보기로 했다. 거기다 황기가 들어간 황기 생 막걸리, 메밀전, 메밀전병, 후식으로 수리취떡까지 맛보았다.

 

 

줄을 서 있는 대박집

 

정선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물은 아무래도 곤드레다. 정선의 고지에서 자생하는 산나물인 곤드레의 학명은 고려 엉겅퀴다. 곤드레 밥은 데쳐낸 나물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넣고 밥을 지어 양념된 간장을 넣어 쓱싹쓱싹 비벼 먹는다.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데 그 맛이 향기로워 한 번 먹으면 자꾸 먹고 싶어진다. 신경통과 부인병 등에 효과가 있어 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시장 곳곳에선 산더미처럼 쌓인 곤드레나물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물을 파는 곳에선 대개 시식을 할 수 있도록 나물을 무쳐 놓았다. 나물은 만 원 정도면 말린 것으로 500g정도를 구매할 수 있다.

 

 

 

 

올챙이국수도 마찬가지이다. 옥수수로 빚은 알갱이가 꼭 올챙이를 닮은 이 국수는 먹기에도 부드럽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져 있어 특히 여성에게 인기 있는 음식이다. 먹을 때마다 면이 콧등을 쳐서 이름 붙여진 콧등치기 국수도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면발은 여느 칼국수에 비해 특별한 거라고는 없지만 그 정감어린 맛과 이름에 듬뿍 매료된다.

 

올챙이국수

 

콧등치기국수

 

메밀전 등 모듬전

 

 

 

수리취떡

 

 

문어 구이

 

 

시장 곳곳에서 마치 산발을 한 듯 허연 뿌리를 드러내고 있는 건 황기. 이 황기로 만든 백숙도 유명하지만 막걸리도 그에 못지않다. 이름 하여 정선황기막걸리다. 황기 생 막걸리는 조양강 1급수의 맑은 지하수에 황기와 손으로 빚은 수제누룩 등을 원료로 하는 정선의 특산품이다. 어릴 적 아버지 심부름으로 양은주전자에 받아오면서 한 모금씩 마시던 그 맛을 떠올리며 장터에서 한 잔 걸치면 그만이다.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댔다. 전국의 사람들이 이곳에 다 모인 듯했다. 웬만한 도시의 시장도 이곳만큼 붐비지는 않을 것 같다.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인지 상인들의 손님 대하는 솜씨도 보통 이상이다. 

 

더덕

 

산양삼

 

흥정을 하는 상인들을 지켜보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저마다 목에 목걸이를 하나씩 걸고 있는 것이었다. 마침 곤드레 나물을 산 안월순 할머니에게서 목걸이를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정선 5일장 신토불이증’이었다. 중국산 등을 염려한 관광객들에게 이곳 정선에서 난 것이니 안심하고 사라는 일종의 증표인 셈이다.

 

신토불이증

 

 

 

 

 

 

 

 

 

시골 오일장 정도로 생각하고 왔는데 정선오일장은 놀라울 정도로 남달랐다. 우리나라 오일장의 대표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정선에는 서 있는 것이 두 개가 있는데 산과 오일장이라고 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