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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짧지만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천은사 오솔길

 

 

 

 

짧지만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천은사 오솔길

 

강원도 삼척의 천은사. 이승휴가 제왕운기를 집필했다는 곳입니다. 그렇게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어서 두타산을 찾는 등산객을 제외하면 사찰은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계곡을 따라 한참이나 들어가는 외진 길은 산사에 이르기까지 한갓진 풍경의 연속입니다.

 

 

 

민가 두어 채를 지나 산속에 있는 공터에서 내리면 울창한 숲이 절로 가는 길을 이끕니다.

 

 

쭉쭉 뻗은 침엽수림을 지나면 장정 둘이 껴안아도 닿을 것 같지 않은 아름드리 활엽수들이 시커먼 몸통을 드러낸 채 짙은 녹음을 드리웁니다.

 

 

여행자가 천은사를 찾은 건 10월 26일,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곳이 온통 울긋불긋해지면 정말 황홀경이 따로 없겠습니다.

 

 

활엽수림이 끝나면 오른쪽으로 오솔길이 나타납니다. 봄이면 연분홍 꽃을 흐드러지게 피울 벚꽃나무들이 오솔길 양쪽으로 도열해 있습니다.

 

 

처음엔 흙길이었다가 이내 자갈길입니다. 잔자갈이 깔린 오솔길을 자분자분 걷다 보면 제법 너른 통돌이 깔린 길로 이어집니다. 이 짧지만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오솔길. 언젠가 부안 개암사에서 만난 적이 있었더랬지요.

 

 

이 길에선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고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서걱서걱 밟히는 낙엽소리에 이끌려 고색이 물씬 풍기는 돌층계를 올라서면 그곳엔 정원처럼 잘 가꾼 정갈한 산사, 천은사가 있습니다.

 

 

때 묻지 않은 울창한 숲속에서 옥구슬 같은 계곡물이 똑똑 떨어지는 천은사. 이 가을, 이승휴가 거닐었던 천은사와 오솔길을 걷는 것도 의미 깊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