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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가는 지리산 암자 순례 15곳

가을로 가는 지리산 암자 순례 15곳
- 지리산이 감춘 암자를 찾아가는 길

지리산 국사암 가는 길의 단풍

단풍이 지면 산을 찾는다. 넘치는 인파에 놀라본 사람이라면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원하게 된다. 단풍의 아름다움과 깊어가는 가을 속에 나를 휙 던져버리고 또 다른 나를 찾아간다.
붉은 아름다움을 마지막으로 토해내고 그 땅과, 그 흙과, 그 뿌리로 돌아가는 단풍처럼 원래의 자리로 자신을 찾아간다. 가을에 사색하며 걷고 싶은 지리산 암자 15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구례 문수암

1. 지리산 반달곰이 있는 구례 문수사(암)
조선시대 대표가옥인 운조루가 있는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옆 가파른 포장길로 가면 된다.
쌍봉사 대웅전과 흡사한 삼층 높이의 대웅전이 있다. 가을 코스모스와 석탑이 잘 어우러지는 절집이다.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구례 문수사에는 반달곰이 있다. 반달곰을 지리산에 방생하기 전 이곳 문수암에서 사육하고 적응기간을 거친다고 한다. 지리산 반달곰이라 하나 철창에 갇힌 모습이 애처롭다.

구층암

2. 옛 목수의 모과나무 사랑, 구층암
화엄사의 산내암자인 구층암은 모과나무를 조금도 다듬지 않은 기둥으로 유명하다.
산 모과나무를 생긴 그대로 세운 목수의 안목과 정성이 놀랍다.
승방의 구조도 특이하다.
남북 양면에 문이  달려 있고 독립된 마당이 있어 남쪽에서 보면 남향집이고 북쪽에서 보면 북향집이다.


연기암 가는 길

3. 걸어도 끝나지 않는 길, 연기암
하룻밤을 걷고 / 열흘밤을 걷고 / 천날을 걸어도 끝나지 않는 길
곽재구 시인이 연기암을 올라 읊은 시의  일부이다. 화엄사 옆으로 난 연기암 가는 길은 그러하다.
포장도로와 흙길은 짙은 솔숲 속에 놓여 있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멋진 길은 암자로 가는 길맛이 제대로이다. 

뜰 앞에 만개한 코스모스는 지리산 능선과 멀리 구례읍과 섬진강을 내려다 보고 있다.


4. 물맛 깊은 황금 우물, 금정암
'하루가 바뀌는 자시子時에 물을 마시면 기운이 오르고 정신이 맑아진다'는 금정암은
1562년 조선 명종 17년 설응(雪凝)스님이 창건하였다. 화엄사에 속한 구층암, 지장암과 함께 오랫동안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작은 수행처여서 별다른 역사와 유적은 전해지지 않고,
지금은 새로 중창한 요사채인 심검당과 적묵당, 원통전과 대웅전만이 남아 있다.




5. 지리산처럼 푸근한 암자, 백장암
중국의 유명한 선승 회해, 백장선사의 선풍을 이어 받아 암자 이름을 백장암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一日不作 一日不食 하루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않는다.'
지리산의 아이같은 수청산을 구불구불 오르면 백장암이다.
암자가 앉은 자리는 겨울에도 푸근할 정도로 아늑하다. 국보인 삼층석탑과 보물인 석등이 있어 암자치고는 눈도 즐겁다.

금대암 가는 길에서 본 마천 다랭이논(도마마을 풍경)

금대암에서 본 지리능선

6. 지리산 관망 제일 포인트, 금대암
금대암은 신라 태종 무열왕 3년에 행호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금대사라고도 한다.
지리산의 주봉들이 부처를 모시 듯 금대암을 둥글게 에둘러 싸고 있다.
금대암(金臺庵)의 금(金)은 부처를 모신 곳을 금당이라 하듯 '부처'를 의미하고
금대(金臺)라 함은 '부처를 모신 평평한 터'로 이해하면 되겠다. 실제로 금대암이 위치하고 있는 이 터는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 세석고원 등 지리산을 멀리서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다.



7. 지리산 칠암자 코스의 초입, 삼정산 영원사
마천면 삼정리 해발 920m.
영원사는 지리산의 넓은 품이 한 눈에 보이는 삼정산 산중턱의 전망좋고 햇빛 넘치는 고요한 땅에 있다.
영원사는 신라 경문왕 때 영원조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나 이를 뒷받침할 문헌과 유물도 없을 뿐더러
영원조사는 함양 사람으로 조선 중기의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고승들의 방명록이라 할 수 있는 조실안록(祖室案錄)'에는
서산, 사명, 청매 스님 등 109명의 고승들이 이곳에서 도를 닦았다고 한다.
100칸이 넘던 대가람은 한국전쟁으로 거의 소실되었다가 1973년 상무주암에 머물던 김대일스님이 복원하였다.


영원사에서 상무주암 가는 산길은 호젓할 뿐더러 전망 또한 빼어나다.

8. 천하 제일의 참선 암자, 상무주암
"그 경치가 그윽하고 조용하기가 천하에 제일이라 참으로 참선하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대오한 보조국사 지눌이 상무주를 일러 '천하제일갑지'라고 하였다.
상무주는 고려 중기에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눌은 1198년 봄부터 1200년까지 머물렀다고 한다. 지눌은 상무주암에서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오로지 선에만 몰입하였다.
해발 1,100미터에 자리한 상무주암에 머물면 지리산에서 가장 운치있는 암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무주암

문수암

9. 은둔자의 수행처, 삼정산 문수암
문수암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65년 혜암스님이 창건한 선학원禪學院 소속의 암자다.
지금은 도봉 스님이 수행 정진 중이다.
임진왜란 때 인근 마을 천여 명의 사람들이 난을 피해 이곳 천인굴千人窟에 숨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벽송사의 미인송과 도인송

10. 변강쇠와 웅녀의 전설, 벽송사
지리산 칠선계곡은 험하기로 유명하지만, 이 곳 계곡의 아름다움은 지리산에서도 으뜸이다. 일곱 개의 폭포가 연달아 있는 이 계곡은 가을 단풍이 들면 가히 선경이다. 이 빼어난 산속의 제법 넓직한 터에 벽송사가 있다. 절의 창건시기는 절 북쪽에 위치한 삼층석탑으로 미루어 볼 때 신라 말이나 고려초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 중종 15년(1520년)에 벽송(碧松) 지엄대사가 중창하여 벽송사라 하였다. 벽송사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등 108명의 유명한 스님들을 배출한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로 불린다.

벽송사 일대는 판소리 여섯마당 중 외설적인 것으로 알려진 가루지기타령 '변강쇠가'의 무대이다. 벽송사 부근에 살던 변강쇠와 웅녀는 성력(性力)을 타고 났다. 하지만 어려서 글도 못 배웠지, 손재주도 없지, 밑천도 한 푼도 없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밤낮으로 그 짓 뿐인 가난뱅이였다고 한다. 하루는 나무를 하러 갔는데 그것도 안 하던 일이라 힘이 들어 궁여지책으로 길가에 있는 장승을 뽑아 땔감으로 써 버렸다. 이에 격분한 팔도장승들이 통문을 돌리고 회의를 열여 변강쇠를 혼내준다는 내용이다. 장승을 민중에 비유하고 변강쇠를 지배층으로 풍자한 민중문학으로 평을 받기도 한다.


서암정사

11. 지리산의 하늘정원, 서암정사
서암정사는 인근 벽송사의 주지였던 원응 스님이 6·25전쟁 때 지리산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1989년부터 조성했다고 한다.
 이 산중의 정원은 기존의 절에 대한 생각을 일시에 바꾸어 버린다.
최근에 지어진 절이지만 지리산 속에 이처럼 아름다운 절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벽송사가는 길목에 있으며, 갓난아이도 함께 가기 좋을 정도로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절집이 있다.



화엄사 절집 소경



쌍계사 부도밭

국사암 가는 오솔길

12.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 국사암
의상대사의 제자인 삼법스님이 창건하였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진감선사가 화개면에 이르러 나무기러기 세 마리를 만들어 날려 보내 절터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이 때 한 마리는 화개면 운수리 목압마을에 앉고, 다른 한 마리는 국사암터에, 또 다른 한마리는 현재의 쌍계사터에 앉았다고 한다. 혜소는 나무기러기가 앉은 곳에 쌍계사를 세웠으며, 삼법의 유지를 받들어 국사암을 중창하고 혜능의 영당을 이 암자에 세웠다. 국사()를 지낸 진감선사 혜소가 머물렀다 하여 암자의 본래 이름 대신 국사암이라 불렀다는 말이 전할 뿐이다.

쌍계사 뒤의 불일폭포 가는 갈림길에서 국사암까지의 300여 미터 숲길은 가을이 단연 으뜸이다.
노송이 우거진 고대와 부도, 네 갈래로 뻗은 진감선사의 천년된 사천왕수(느릅나무)도 꼭 보아야 할 것이다.

불일암과 불일폭포 가는 길

13. 폭포수 따라간 지리산의 유토피아, 불일암
불일암은 보조국사의 시호를 딴 이름이다. 혹은 불교에서 부처님을 가리키는 '불일(佛日)'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라의 원효, 의상이 도를 닦고 고려 보조국사가 머문 암자이다. 1980년대 초 화재로 소실된 후 최근에 다시 지어졌다. 폭포소리를 늘 들을 수 있는 남한 유일의 암자가 아닌가 싶다. 설악산 대승폭포 다음으로 큰 높이인 58미터의 불일폭포가 지척에 있다.

사성암

14. 벼랑 끝에서 노고단을 보다. 사성암
사성암은 원래 오산암으로 불리었다.
원효대사, 의상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 등 네 명의높은 스님이 수도하였다 하여 '사성암'이라 하였다.
구례읍과 노고단에 한 눈에 보이는 오산 꼭대기 바위 벼랑 끝에 있다.

사성암에서 내려다 본 구례읍과 섬진강

15. 하늘이 감춘 금지된 암자, 묘향대와 문수대
최근에 와서 일반인들에게 입소문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암자들이다.
현재 암자로 가는 길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다.

노고단 아래의 문수암은 김동신의 의병 활약지로 알려져 있다. 묘향대는 반야봉 인근에 있으며
 북의 묘향산 법왕대와 더불어 선승들도 일생에 꼭 한 번 가보길 바라는 숨은 수행처이다. 여기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연곡사 저녁 타종

이외에도 가야 일곱왕자의 전설이 깃든 칠불암 등 수많은 암자가 있으나
이 글에서는가을에 가볼만한 암자 위주로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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