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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사람

향긋한 봄나물이 나왔어요! 군북오일장

 

 

 

향긋한 봄나물이 나왔어요! 군북오일장

 

 

군북역에서 내려 덕촌마을을 지나 오일장 가는 길, 면소재지로 이어지는 도로에선 장을 보고 돌아오는 이와 느지막이 장을 보러 가는 이들이 서로 인사를 건네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할머니들은 구부정한 허리에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걷는데 할아버지들은 봉지 하나만 달랑 싣고 느긋하게 자전거를 달리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길가의 봄볕 따뜻한 논두렁이나 개울가 양지 바른 곳에는 쑥이나 달래, 봄나물을 캐는 아낙네들이 혼자 혹은 두서넛씩 이따금 보인다.

 

 

군북면은 시골 치고는 제법 큰 편이다. 3.1운동 기념탑을 참배하고 시장가는 길을 잡았더니 마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형 마트를 보니 이곳 시골오일장도 또 쓸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생긴다.

 

 

일찍 장을 본 할머니는 무릎이 좋지 않은지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춘다. 결국 가게 앞 평상에 하염없이 주저앉는다. 아마 자식들에겐 아무렇지 않다고 했겠지. 할머니의 긴 한숨소리에 세월의 무게가 담겨져 있다.

 

 

시장 입구에는 벌써 묘목이 나왔다. 수십 개를 한 다발로 묶은 묘목들은 주로 유실수다. 부지런한 농부들과 묘목을 가져온 상인들이 가격을 두고 한참이나 실랑이를 한다.

 

 

볕 좋은 길가에는 형형색색의 운동화들이 줄지어 있고 그 끝으로 시골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 장날이면 잔뜩 멋을 내어 신고 올 신발 가지들이 보인다. 이 장터에서 보는 몇 안 되는 공산품인 것 같다.

 

 

 

시장은 골목 안쪽에 있었다.

 

 

골목길 좌우로 소박하게 펼쳐진 난전 한 모퉁이로 ‘정이 오가는 군북시장’ 글씨가 큼직하게 들어온다.

 

 

우체국 앞 광장에 차를 세운 채소장수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좌판을 펼쳐 논 채 느긋하게 손님을 기다린다.

 

 

봄동, 미나리, 쑥, 시금치, 냉이, 머위 따위들이 길가에 수북이 널려 있다.

 

 

시장 곳곳에선 톳, 미역, 파래 등의 해조류와 쑥, 고사리, 달래, 토란, 냉이, 머위, 파, 시금치, 상추, 돌나물 따위를 파는 작은 난전이 더러 보인다. 난전의 좌판들은 모두 늙은 할머니들의 차지다.

 

 

할머니가 직접 캤다는 쑥이 아무래도 인기가 좋다. 몇 번의 흥정 끝에 검은 봉지에 봄나물이 담겨지고 할머니는 한숨을 돌린다.

 

 

골목길 안쪽에는 아케이드 모양의 제법 넓은 장터를 지었는데, 대개 옷가지를 파는 가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역시 시장 가운데를 차지한 옷가게 주위를 빙 둘러싸며 난전이 형성돼 있다.

 

 

미용실 앞에선 할머니 한 분이 직접 채취했다는 골담초와 인진쑥 따위를 쪼그려 앉은 채 팔고 있었다. 어디에 쓰이냐는 여행자의 말에 오만 데 좋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잠시 후 파마를 했는지 수건을 둘러쓴 할머니가 곁에 앉았다. 두 분이 서로 잘 아는 눈치였다. 장날이면 시골 할머니들의 소일거리 중 하나가 미용실에서 머리하는 것이겠다.

 

 

미용실 안을 곁눈으로 들여다보니 할머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들어가 볼까 하다가 빼곡 찬 미용실 문을 열 용기가 없어 허허 웃기만 하다 돌아섰다.

 

 

봄이 온 모양이다. 너무나 작고 한산한 오일장은 쓸쓸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시골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오일장은 옹골찼다. 이따금 오가는 몇 안 되는 손님들을 기다리는 봄나물이 애달프기조차 했지만 시골 장터엔 봄에 심을 씨앗이 지천이었다. 봄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경남 함안군 군북오일장은 4일과 9일에 열린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오른쪽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