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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어려운 수학문제에 대한 딸아이의 답이 압권!

 

 

 

어려운 수학문제에 대한 딸아이의 능청스러운 답

 

딸애는 학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대신 아내와 같이 공부를 합니다. 저야 방목주의라서 초등학교 때에는 무조건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아이가 시험인 줄도 모르고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아이에게 놀아라 했다가 아내한테 핀잔을 받기도 합니다만.

 

조금 지난 얘기입니다만 어제 문득 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보다가 딸애의 능청스런 답이 적힌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날 아내가 수학문제를 풀게 했더니 딸아이의 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아내가 폭소를 터뜨리며 딸애가 쓴 문제의 답을 저에게 보여주더군요.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왜 4300이 8100보다 작은지 설명하시오"

 

딸아이의 답변이 걸작입니다.

 

"그게 이유가 있나?"

 

딸애의 능청스러움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습니다. 분명 다른 답이 있을 듯한 데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건 좀 이상했습니다. 초등 3학년이 풀기에는 조금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더군요. 제가 봐도 ‘그게 이유가 있나’라고 의문을 품을 만했습니다. 4300이 8100보다 작다는 것은 어른이 봐도 당연한데 초등 딸아이가 볼 때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다음 문제에 딸아이가 남긴 답도 대박이었습니다.

 

"왜 3671이 3609보다 큰지 설명하시오"

 

딸아이의 답은 명쾌했습니다.

 

"그것도 이유가 있나?"

 

아내는 아연실색했고 저도 처음에는 웃다가 나중에는 무슨 초등 3학년 문제에 이런 것이 있냐고 아내에게 되물었습니다. 아내도 조금은 어이없다고 했지만 아이의 답도 참 어이없다며 실소를 금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사람들의 반응도 초등 3학년 문제치고는 어렵다는 말과 딸아이의 답이 맞다는 동조가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다음은 페이스북의 반응 글들입니다.

 

“천재다.”

“최곱니다^^”

“하하 이유가 없다에 한표”

“성인이 봐도 명쾌한 해답을 내리긴 어려운 문제네요. 이건 정말 우문현답입니다.”

“4300이 8100보다 크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치고 혼란스럽겠나? 지구 평화를 위해서.”

“쿨하네요.”

“논리적으로 대답하라고, 1보다 2가 더 큰 숫자이고 만 단위가 어쩌고저쩌고 대답하기를 바란 질문 같은데… 너무 당연한 걸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제 생각도... 그게 이유가 있나요?”

 

 

 

페이스북에 댓글을 다신 분들도 딸애의 답에 유쾌하게 동조를 했고, 그걸 증명하라는 문제에는 어이없어했습니다.

 

그중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분의 말을 잠시 빌려보면요.

 

“왼쪽의 사진은 천의 자리 숫자의 개념을 설명하려 한 것 같고, 오른쪽 사진은 천의 자리와 백의 자리 숫자가 같지만 십의 자리 숫자의 크기 차이에서 큰 수와 작은 수의 서술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수학적으로는 고교과정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1과 2 사이에 정수가 없음을 증명하시오> 이런 것과 비슷한 문제일 텐데 극한의 개념을 도입하면 증명 가능합니다. 대학수학 과정에서는 정수론의 초급과정이지만 고등학교 이과를 나온 학생이라면 조금 빡세게 공부해서 증명할 수도 있습니다.

 

딸내미가 작년에 초3이었는데 아빠와 같이 수학공부를 합니다. 헌데 정말 웃기는 문제들이 많더군요. 사진에 있는 내용은 애교 정도로 볼 수 있어요. 심지어는 파스칼정리에 관한 문제들도 보았습니다. 도대체 이런 문제들이 왜 있는가? 뭘 가르치고 싶은 건지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문제들.

그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딸내미에게 하는 말이 있죠.

이런 건 몰라도 돼. 수학경시대회라면 모를까 학교 시험에는 나오지 않을 거야.

말이 길어졌는데 제가 보기엔 훌륭한 답변입니다. ㅎㅎㅎ”

 

또 다른 한 분은 진지하게 이 문제를 푸는 방법과 답을 설명해주신 분도 있습니다.

 

“서술형 문제 도입되고 나서 생긴 웃지 못 할 답들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절반 정도 이런 문제가 나올 텐데 초등 수학 교과서 부모님들이 꼭 분석해 보셔야 할 겁니다. ‘산수’가 아니라 "수학"입니다. 그냥 답을 알고자하는 수학이 아니고 시작과 과정 결론까지 뼈대와 살을 채우는 수학입니다.

초등 1학년 서술형 예를 들면 4는 6보다 작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어른들은 감히 답을 못하죠. 4는 네 개이고 6은 여섯 개이기 때문입니다. 두 개가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또는 두 개가 남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답변해야 합니다. 3학년 자릿값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네요. 4300은 천이 4개이고, 8100은 천이 8개이기 때문에 4300이 더 작습니다.

 

우리 세대가 배웠던 산수문제는 그냥 단순 계산에 개념 정리 없이 점수에만 급급한 문제뿐이어서 고등수학 들어가면 수포자(수학포기자)가 수두룩했지요. 우리 아이들 세대는 개념과 사고력, 논리력이 함께 어우러진 교과입니다. 그래도 수포자는 생기지만 수 년 뒤에는 수학을 즐겁게 하지 않을까요? 계산하는 수학이 아니라 표현하는 수학으로.”

 

한바탕 웃고 넘길 문제일까요? 아니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문제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